"혼저 가라" 할머니는 명절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기도 전에 이 말을 한다. 내가 그립지 않았는지 얼른 가라는 할머니의 말은 차갑게 들린다. 원래 투박하시기도 하지만 가끔은 서운함으로 들린다. 무심하기만 한 그 말은 메아리처럼 맴돌아 성인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왔다.
"혼저 가라"는 아래아 표기로 발음은 혼저로 들리지만 표기는 아래아를 사용한다. 잘못 들으면 혼자 가라는 말로 들린다. 제주도에서는 얼른 가라는 의미이다. 사전적 의미는 '질질 끌지 말고 빠르게'라는 의미이다. 제주도 식당에 가면 "혼저옵서예"라는 표현을 많이 볼 수 있다. "얼른 오세요. 빨리 오세요."라는 의미이다. 요즘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제주시골에 가면 아직도 사용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최근에 육지 사람들은 한달살이 혹은 귀향살이 한다고 제주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는 관광도시이고 자연과 어우러진 관광지도 많다. 제주에 살면 우리가 생각하는 한적한 시골에서 살아갈 것은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시골이니 사람들도 충청도 사람들처럼 느릿느릿 차분한 느낌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와서 적응 못하고 돌아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제주도는 스위스 혹은 하와이 같은 한적한 여행도시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제주에 적응하려면 거친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고난을 많이 겪은 현무암과 삶을 나눠야 한다. 제주사람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람처럼 정신없이 거칠고, 총에 맞은 듯 구멍이난 현무암 같이 고난이 많다. 그래서인지 제주사람의 표현은 바람, 돌과 같다.
살다 보면 나도 의도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 나는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 도움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마음이 아프다. 정이 많은 나는 더더욱 아프다. 섬사람이라 그런지 남이 도와달라고 안 해도 오지랖이 생겨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될수록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어도 행여 상처가 될까 봐 거리를 두게 된다. 나는 그런 마음이 아닌데 사람을 밀게 된다.
나도 어느새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단어 "혼저 가라"는 말을 속으로 하고 있다. 그 사람이 행여 상처받진 않을까, 부담이 되진 않을까 하여 할머니가 되어 그 말을 하고 있다. 제주바람이 되어 현무암이 되어 사람들에게 투박하게 말을 한다. 눈을 감고, 사람을 본다. 혼저가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상처를 주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바람과 돌 같은 투박한 사람들의 고이 마음을 접어서 표현한 포장지 같다. 그 포장지를 열어 속을 본다면 제주를 더 이해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