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성과 연출은 수준급, 하지만 버그가 걸림돌
*해당 글에는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다수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11월 4일에 출시된 건슈팅 RPG 방치형 게임이다. '데스티니 차일드'로 유명한 시프트업이 개발했고, 레벨 인피니트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으로, 백 뷰 시점의 전투 진행과 고퀄리티의 캐릭터 일러스트 그대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 게임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출시된 지 1주일 만에 구글 매출 기준 한국, 일본 1위, 대만 2위, 북미 3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엄청난 초기 흥행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현재까지도 해당 국가들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29일 기준 여전히 매출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게임의 세계관을 처음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어? 이거 어디서 본거 같은데?'였다. 랩처라는 생명체에 의해 지상을 빼앗겨 버린 인류와 그들이 지하에 세운 새로운 문명, 그리고 지상을 탈환하기 위해 만든 인간 형태의 병기 '니케'까지, 개인적으로 '천원돌파 그렌라간'과 '니어: 오토마타'가 생각난 세계관이었다. 이렇듯 어찌 보면 진부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스토리는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빠져들어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지하 문명에서 생기는 빈부격차와 갈등, 자신들 대신 전투에 나서는 '니케'들을 향한 차별, 한 번 멸망을 겪은 인류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간 군상, 랩처와 니케의 숨겨진 비밀 등등 해당 게임의 스토리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개와 세세한 디테일을 통해 완성도 높은 구성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다 성우분들의 뛰어난 연기력까지 더해져, 플레이하는 이들로 하여금 스토리에 대한 애착심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했다.
캐릭터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도 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현재 해당 게임에는 64종의 니케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양산형 니케라고 불리는 R등급의 니케 9종을 제외한 55종의 니케들은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이거니와 성격과 배경 설정 등등 누구 한 명 겹치지 않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브컬처 팬들의 취향이 굉장히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해, 개발사가 캐릭터 디자인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승리의 여신:니케'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바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이루어지는 전략적 덱 구성의 즐거움이다. 플레이어들은 5명의 니케를 이용해 덱을 구성해야 하고, 각 니케들은 서로 다른 스킬과 성향(공격형, 방어형, 지원형), 무기, 속성을 지니고 있다. 무기의 경우, 적정 사거리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기와 어울리는 사거리에 위치한 적을 쏘면 추가 데미지를 입힐 수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전장 정보를 확인하여, 이번 전투에 등장하는 적들의 약점 속성이 무엇인지, 사거리에 따른 적 분포율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 적들이 등장하는지 등등 상황에 맞춰 덱을 구성한다면 보다 수월하면서도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게임의 전략적 재미를 뒷받침해주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단연코 버스트스킬 시스템이다. 버스트스킬은 1단계, 2단계, 3단계로 종류가 나뉘어 있으며, 각 니케들은 세 단계 중 하나의 버스트스킬을 가진다. 버스트스킬은 전투 중에 적들에게 일정 피해를 입히면 1단계부터 차례로 발동할 수 있다. 3단계 버스트스킬까지 시전 하는 데 성공하면 풀버스트 타임이 발동되는데, 이 동안에 니케들은 데미지 버프를 적용받으며 플레이어가 조준하고 있는 적을 향해 다 같이 집중 사격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버스트스킬과 풀버스트 타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각 니케들이 보유한 버스트스킬의 단계와 쿨타임을 고려해 덱을 구성해야 한다.
전투 내 연출이 상당히 뛰어나다. 어느 정도로 뛰어나냐면, 오토기능을 켠 유저든, 그렇지 않은 유저 든 간에, 연출만큼은 꼭 보게 만드는 만큼 굉장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을 정도이다.
앞서 언급한 버스트스킬을 사용하면, 스킬을 시전 한 니케의 고유 컷신이 등장한다. 해당 컷신의 퀄리티도 상당하지만, 각 니케의 개성을 잘 살린 디테일, 속도감과 임팩트를 동시에 추구한 정교함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스킬을 쓰는 재미와 함께 몰입도 높은 전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보스전의 경우, '우와, 이 놈 보스 맞네.'라는 생각이 확 들 정도로 등장 연출이 뛰어나다. 보스들 각자의 특성이 잘 드러난 고퀄리티의 등장 연출이 전투 내내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또한 '부위파괴'라고 해서, 보스의 특정 부위를 파괴해 몇몇 스킬의 사용을 막는 시스템과, 강력한 스킬을 시전 하려는 보스의 채널링을 끊어야 하는 기믹도, 보스전의 재미를 한 층 더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 게임의 뛰어난 연출이 전투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은 맞지만, 그와 동시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존재한다. 보스를 제외한 랩처들의 경우, 차별성이 너무 떨어진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동안, 몇 종류 안 되는 랩처들을 계속 돌려쓰면서 무더기로 등장시키는데, 전투를 하는 내내 단조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만든다. 조금 더 랩처의 종류를 늘려주고 챕터 별로 고유의 랩처들이 등장하게끔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들의 가시성도 큰 문제이다. 전투에 진입하기 전, 미리 전장 정보를 확인해서 어떤 적들이 등장하는지 파악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누가 무슨 스킬을 쓰는 랩처인지 분간이 안된다. 적들이 구분이 되어야 누굴 우선순위로 공격할지 계획을 세워서 보다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은 그 부분에 있어서 아쉬웠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한계 돌파와 코어강화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한계 돌파란, 니케의 성장 레벨 최대치를 높여주는 시스템이고, 코어강화는 한계 돌파가 전부 이루어진 니케를 대상으로 행하는 능력치 강화 시스템이다. 그리고 한계 돌파와 코어강화의 재료는 이미 보유 중인 니케를 가차에서 또다시 뽑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스페어 파츠'라는 아이템이다. 현재 '승리의 여신: 니케'는 SSR 등급을 기준으로 3번의 한계 돌파와 7번의 코어강화가 가능하다. 그 말인즉슨, 보유 중인 SSR 니케를 최대치로 강화하기 위해서 동일한 니케를 10번이나 뽑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가차 확률이 너무나 가혹하다. 일반모집 기준으로, SSR의 경우 전체 확률이 4%이며, 해당 등급의 니케들 각자의 확률은 고작 0.2333%에 불과하다. 픽업 기간에 등장하는 특수 모집 같은 경우, SSR 전체 확률은 4%로 동일하며, 픽업 대상 니케는 2%, 나머지는 0.0395%으로 일반모집이든 특수 모집이든 같은 니케를 10장이나 뽑는 건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과금을 하는 유저들은 금세 한계점에 도달해버리고, 과금을 하는 유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극악의 확률을 뚫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게 된다. 게다가 이 게임에는 '필그림'이라는 존재의 니케들이 있다. 이 '필그림'에 속한 니케들의 경우, 선진 기술이 탑재된 니케라는 설정에 맞춰 동급의 타 SSR 니케들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그리고 그런 만큼 가차 확률도 상당히 낮다. 일반모집과 특수 모집에서 '필그림'을 뽑을 수 있는 확률은 0.0833%로, 같은 니케 10장을 모으는 난이도가 한 층 더 올라가 버린다. 그리고 가차 게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천장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 게임의 극악무도함에 크게 이바지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버그의 여신: 니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 게임은 현재 버그가 상당히 많다. QA를 거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크고 작은 버그들이 게임 플레이 내내 발생했다. 갑자기 음성 언어가 일본어가 되어버리는 버그, 레드닷이라는 알림 시스템이 시도 때도 없이 기능하는 버그, 전투가 끝나면 갑자기 게임이 종료돼버리는 버그 등등 게임을 하면서 직접 발견한 버그들이 수두룩하다. 이 외에도 '승리의 여신: 니케'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러 플레이어들이 발견한 각양각색의 버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해당 게임의 개발사인 시프트업이 버그를 잡기 위해 모든 총력을 동원하겠다 얘기한 만큼, 버그 문제에 대해선 향후 개선이 될 것이라 예상되나, 솔직히 게임 몇 번 플레이해보면 발견할 수 있는 버그들인데도 불구하고 게임을 출시한 뒤에서야 디버깅을 하겠다는 건 다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긴 하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다소 있다. 유실물의 가시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캠페인 필드에서 서브 퀘스트 알림을 클릭하지 못하면 로딩을 거쳐 메인화면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점, 게임의 로딩이 체감상 상당히 길다는 점 등등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필자는 느끼지 못했으나, UI면에서도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할 것 같다.
한줄평: 정말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생각이라면 무과금 유저들에게도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