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야구팬도 개막 준비에 바쁘다
D-49, 돌파했다.
글을 쓰는 시점부터 야구 개막까지 한 달 반 정도가 남았다. 춥고 외로웠던 야구 비시즌을 견뎌낸 야빠(=야구팬을 빗대어 말함)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 올해 겨울은 작년보다 덜 추웠다던데, 24 시즌 우승의 맛을 보지 못해서인지 나에겐 추운 겨울이었다. 23 시즌 엘지 트윈스의 우승이 너무나 달콤했나! 높은 성적임에도 ‘정규 시즌 3위’로 마무리된 24 시즌이 오히려 쓰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5 시즌에 기대되는 선수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일단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영원한 우리의 친구 켈리의 뒤를 이을 외국인 투수로 시즌 중반에 합류했다. 켈리가 무려 6년이나 엘지 트윈스의 1-2 선발을 도맡았던 외국인 투수였기 때문에 그 자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24 시즌 11경기에서 3승 2패, 방어율 4.02를 기록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역시나 준플레이오프. 5경기 모두 불펜으로 등판하여 2세이브 1 홀드 그리고 7.1이닝 무실점! 팀의 멱살을 끌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가을야구 무실점, 섹시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손주영
명실상부 24 시즌 엘지 트윈스의 최대 히트작. 정규 시즌 28 경기에 등판하여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24 시즌에 10승을 채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25 시즌 부상만 없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기록이다. 특히 144이닝을 소화하며 1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였고 퀄리티 스타트(QS)를 11차례 달성하였다. 국내 선발 투수 중 평균 자책점 2위라는 점이 놀랍다. 새로운 구종을 준비하여 25 시즌에는 15승 달성이 목표라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요니 치리노스
엘지 트윈스는 여전히 선발진이 약하다. 작년에 물론 임찬규, 손주영이 매우 잘해주었으나 이번 시즌에도 동일할지는 미지수다. 선발진 강화를 위해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를 데려왔다. 93년생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투수로, 싱커와 스플리터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 흔히 땅볼 유도형 투수로 알고 있는데, 잠실구장이 땅볼 유도하기 좋은 바운드이기도 하고 외야가 넓기 때문에 투수 친화적인 것을 고려하면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총액 100만 달러 계약으로 합류하였고,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총 75경기 출전, 356이닝 동안 20승 17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타자 중에서는 이미 미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많다.
오스틴 딘
영원한 잠실 오 씨, 진짜 야구는 오스틴 혼자 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리그 최상급 타자이다. 24 시즌 32 홈런 132타점으로 구단 역사상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구단 최초 30 홈런-100타점, 구단 역사상 최초의 타점왕, 구단 최초 2년 연속 20 홈런 기록, KBO 리그 최초 한 이닝 2 홈런까지 엘지 트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다. 25년 엘지 트윈스와 1년 17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지만, 엘지 팬들은 종신 엘지와 함께 주장을 맡아달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스틴의 팬 사랑도 대단하지만 팬들의 오스틴 사랑 역시 대단하다.
홍창기
24 시즌 미친 출루 능력과 주루 센스로 KBO 최고의 테이블 세터진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인기는 국제 대회에서 특히 눈에 띄었다. “홍창기가 우리 팀이라니”, “다른 편일 때는 꼴 보기도 싫었는데 같은 편이 되니 너무 든든하다” 등의 극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악마 창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의 정확한 타격과 출루 능력은 25 시즌에도 매우 기대된다. 아 가장 중요한 것, 홍창기 응원가는 반드시 수능 금지곡으로 지정해야만 한다.
문보경
24 시즌 문보경 역시 생애 첫 100타점을 달성하였다. 1루수와 3루수를 번갈아가며 안정적인 수비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스틴이 잠시 부상이었던 시점 4번 타자를 맡으면서 엄청난 타격을 보여주기도 했다(4 보경이 매우 잘 어울렸다). 시즌 최종전에 밀린 숙제 하듯 6타점을 올리며 22 홈런-10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 가을 야구와 국제대회에서는 기운이 빠졌는지 제대로 된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25년에도 그 파워와 타점 생산 능력이라면 팀의 중심 타선에서 중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엘지 트윈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도 주목할 만하다.
김영우
지명 순위 꼴등이었던 엘지 트윈스의 25년 1라운드 지명으로 들어온 우완 투수. 앞선 다른 팀에서 김영우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던 것이 우리에게는 엄청난 럭키였다. 줄무늬 유니폼인 서울고 출신으로 빠른 직구와 낙폭 큰 커브가 주 무기. 엘지 트윈스에서는 김영우를 차세대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25 시즌 불펜에서 많은 실전 경험을 쌓게 하지 않을까 한다. 이미 스프링캠프에도 참여하고 두 자릿수 등번호를 받았으니 기대하는 바가 아주 크다(물론 이번 시즌 치워봐야 제대로 알겠다).
이영빈
24년 9월, 상무 제대 후 잠실구장에서 터트린 연타석 홈런포로 엘지팬들의 심장을 마구잡이로 흔들었더랬다. 우측 펜스 넘기는 3점 홈런 + 우측 폴대 위 넘어가는 2점 홈런으로 4타수 4안타 5타점 맹활약을 펼친 그 경기는 잊지 못한다(vs. 한화). 물론 선수 본인에게도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기에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이후로 잠잠했지만 초반부터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면 25 시즌에는 주전급 선수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수비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모두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
이주헌
역시나 24년 9월, 대수비로 들어와 치른 1군 데뷔전이 아주 화려했다(vs. 한화). 연속 안타에 안정적인 수비 실력까지, 엘지팬들에게 이름을 바로 각인시켰다. 다음날 경기에서는 바로 선발 포수로 출전하여 4타수 3안타 2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화려한 성적 덕분에 9월 말 매우 늦은 합류에도 불구하고 가을야구 엔트리에도 포함되기도 했다. 박동원 선수의 백업이었던 허도환이 방출되면서, 주전 포수 백업으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나의 기대이기 때문에 다른 엘지팬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24 시즌 폼이 무너져서 아쉬웠던 정우영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면서 기대해 볼 만 하지만 이것 역시 시즌 치르기 전까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번 시즌에는 FA 장현식을 비롯해, 김강률, 심창민 등 불펜진 강화를 위해 여러 투수들을 영입하였고, 이정용이 군 복무를 마치고 6월 복귀할 것이다. 작년 와르르 멘션처럼 무너지는 불펜들을 보고 엘지팬들도 억장이 와르르 무너졌더랬다. 우승 시즌, 강력한 불펜진으로 상대팀을 두렵게 만들었던 엘지트윈스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다음엔 뒤늦은 FA 시장 정리를 해보겠다.
야케터’s 말풍선 ”홈런“
야구 say : 타자가 친 공이 외야를 넘겨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되는 타격을 의미.
마케팅 say : 큰 성공을 거둔 캠페인이나 전략을 의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거나, 단번에 시장에서 임팩트를 주는 경우 사용.
“이번 광고는 완전 홈런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