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

by 이소원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까지 벌써 가을이 찾아왔네요. 알록달록 예쁜 단풍까지 물들면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추석이 지나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니 문득 고향의 가을 하늘은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어렸을 적 고향에서의 추석은 가을을 알리는 신호인 동시에 맛난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명절이었어요. 친척들과의 모임을 통해 사촌언니 오빠들과 놀 수 있는 행복한 날이기도 했어요.




어쩌면 부모님들에겐 제사 음식을 준비하느라 고된 날이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어린 저와 동생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1년에 며칠 안 되는 귀한 날이었어요. 집 앞 텃밭에서 갓 따온 옥수수와 감자 등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재배한 농작물과 제사음식이 더해져 가을의 냄새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던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르네요.


가진 것은 없어도 가족, 친척들까지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그 순간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그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또 때로는 진부하지만,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이름 ‘가족’ 가을의 내음이 짙어져 가는 요즘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때로는 투닥거리고 미워 죽겠다가도 또 정작 뒤돌아서면 걱정되고 보고 싶은 존재. 가을의 깊은 공기만큼 가족의 내음도 더욱 깊어지네요. 사계절 저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내음이 있는데 가을의 내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저의 느낌을 표현해보자면 청명한 하늘에 티 없이 맑은 분위기이지만 한편으론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차갑고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어쩌면 이게 가을날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네요. 무토록 그곳에서도 허전하고 쓸쓸한 날보다는 행복한 날들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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