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고 가족

나도 철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by 이소원



새해가 왔다고 기뻐하던 순간이 무색하게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늘 잊지 말아야지 나만 여기서 잘 먹고 잘 살아도 될까?라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 아니 아주 많은 시간을 잊고 사는 것 같아요. 현실에 지쳤다는 이유로, 삶이 버겁다는 이유로. 총과 칼이 없는 전쟁터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나’라는 존재 자체도 잊고 살아갈 때가 있어요. 머리로는 그러면 안된 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이 그래요.


그래서 가끔, 아니 매일 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에서 도피의 끝은 처절한 죽음과 삶에 대한 간절한 욕망뿐이더라고요. 참 냉혹하게도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요. 냉혹한 현실앞에 좌절한적도 참 많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유 불문하고 살아야 했고, 살아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써요.


여기서는 부족한 것 없이 따뜻한 집에서 잘 살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잘 먹고 따뜻하게 보내도 되는지 괜히 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하지만, 너무 많이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쩌면 부모님도 자식이 마음 아파하는 걸 바라시진 않을 테나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항상 잊지 않고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주는 것.

그리고 저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제가 아빠, 엄마, 하나뿐인 내 동생 생각을 못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작은 주먹 하나로 이 세상을 헤쳐 나가려니 참 쉽지 않네요. 그래도 우리 가족이 있어 힘나고 위로도 돼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도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울 엄마와 하나뿐인 동생도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마음만은 따뜻한 한 해였길 바라며 언젠가 만나게 되는 날까지 건강해요. 내년에도 모든 일이 잘 될 거에요.

이 딸이 멀리서 응원할게요.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고향(북한)에 있을 때 철새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며 나에게도 날개가 있어 저 새들처럼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포기할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살아야 할 곳을 찾아 어디든 마음대로

날아가는 철새들이 그때도 지금도 부러워요.

이전 03화아빠에게 쓰는 생일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