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아빠에게
아빠, 잘 지내고 계세요? 여기는 날씨가 조금 풀렸지만 아직은 추워요. 그래도 곧 봄이 올건가 봐요. 꽃나무들에는 꽃망울들이 몽글몽글 맺혀 있고 겨울내내 함껏 움츠려 있던 나무들에도 새싹들이 조금씩 올라오더라고요. 아빠가 있는 그곳도 곧 봄이 올거에요.
성인이 되고 회사생활을 하며 아빠의 부재 그리고 아빠의 살아생전 아빠의 좋고 나빴던 모습들이 떠오르며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가장이라는 무게와 아빠라는 이름때문에 쉽게 힘들다는 표현도 못했을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요즘 들어 어렸을 적에 아빠에게 혼났던 일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당시에는 정말 서럽고 싫게만 느껴졌던 그 순간들이 지금 저에겐 회상할 수 있는 유일한 추억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 중에 지금 생각나는 일은, 제가 밥그릇을 들고 친구네 가서 먹으려고 나가다가 아빠에게 들켜서 아주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나요. 밥그릇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바른 행동이 아니라며 호되게 혼내시던 그때 당시에는 얼마나 서럽고 아빠가 싫었던지. 어린 마음에 빈집에서 혼자 밥 먹기 싫어서 친구네 가서 먹으려는 제 마음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아빠가 참 미웠어요.
근데 이제는 그 혼남 마저도 그저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우리 가족이 이렇게 이별할 줄 알았더라면 연습이라도 했죠. 이별연습. 그럼 적어도 가족 사진 한 장이라도 간직했을텐데…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적어도 아빠를 우리 가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에요.
아빠,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끝까지 저와 동생을 포기하지 않고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그 곳에서는 어떠한 아픔과 슬픔도 없이 평안한 나날을 보내시길 멀고도 가까운 이 곳에서 맏딸인 제가 기도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