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를 잃다
엄마의 행방불명 이후 아빠도 돌아가시고 남은 것이라고는 집 하나뿐이었는데 그것마저 빼앗기게 되었어요. 당시 우리가 살았던 집은 아빠가 경찰이었을 때 국가로부터 분양받은 주택이었어요. 하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우리 집에서 살겠다며 무작정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짜고짜 집을 내놓으라며 짐을 싸서 무작정 집으로 쳐들어온 사람들은 다름 아닌 경찰서 직원 중 한 사람의 가족이었어요. 아빠가 생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저와 어린 동생 둘만 사는 집에 쳐들어와 당신들이 이곳에 살아야 하니 나가라고 했어요. 너무 기가 막히고 황당하여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어요. 하지만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저씨에게 우리 집에서 나가라 고 말했어요.
“여긴 우리 집이에요. 그러니까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요! 얼른 나가세요.”
“우리 집? 아비어미도 없는 주제에 무슨 집이야? 아저씨가 좋게 말할 때 나가 응~?”
“싫어요! 안 나가요. 절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일러서 아 저씨 가족 내쫓을 거예요.”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 봐.”
그 사람은 코웃음을 치며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비웃었어요. 절대 안 나갈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사실은 무서웠어요. 아무도 지켜줄 사람이 없는데 정말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하지? 동생이랑 둘이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이가 어려서 일도 안 시켜줄 텐데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 사람들과 한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어요. 다음 날 아침 그 사람들은 이미 집주인이라도 된 듯 저와 동생을 보더니 빨리 가서 살 곳을 알아보라며 약 올 렸어요.
저는 동생을 데리고 먼저 외할머니 집으로 갔어요. 외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해주었어요. 외할머니 할아버지도 화가 나셨지만 달리 해결해줄 방법이 없었어요. 결국, 큰고모를 찾아가기로 했어요. 평소에 친고모네 집은 왕래를 잘 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누구를 가려가며 만날 상황이 아니었기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찾아가야 했어요. 저와 동생은 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 큰고모 집에 가서 상황을 설명해주었어요. 평소에 우리 집과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던 큰고모는 역시나 반겨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른의 힘을 빌릴 만한 사람은 큰고모뿐이었어요. 외가 쪽 이모들은 다 멀리 살고 있어서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어찌 됐든 큰고모도 당신의 동생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으니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래도 조카들이니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는지 새엄마에게 연락하여 같이 집을 찾는 데 힘써 주었어요.
며칠 동안 큰고모와 새엄마는 집을 다시 찾아 주 겠다고 열심히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봤지만 결국 집은 돌려받지 못했죠. 나중에 큰고모에게 전해 듣기로는 그 사람들이 우리 집에 함부로 쳐들어와 사는 것이 불법은 맞지만, 법적으로 그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 맡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죠. 도대체 그럼 저와 동생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앞길이 막막했어요. 당시 고작 9살인 제가 6살인 어린 동생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정말 한숨만 나왔어요.
며칠을 고생하며 돌아다녔지만, 우리에게 집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새엄마는 눈물을 흘렸어요. 큰고모도 미안하다며 너희를 어쩌면 좋겠냐며 속상해했어요. 친가 친척들은 미안하다고는 하면서도 아무도 저와 동생을 책임져주겠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아빠와 엄마가 있을때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어요. 결국 동생과 저는 외할머니 집으로 가게 되었죠. 외할머니 집은 제가 살던 집보다 더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었어요. 동생과 저는 집을 찾느라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녔더니 너무 힘들었는지 외할머니 집에 가서 밥을 먹고 바로 잠이 들어버렸어요.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할머니는 아침 일찍 나가고 안 계시고, 할아버지가 텃밭에서 일하고 계셨어요. 동생은 많이 피곤했는지 곤히 자고 있었어요. 자는 동생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났어요. 아빠 엄마 없는 것도 모자라 살집마저 없어지다니 동생이 너무 가엽고 불쌍했어요.
집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집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죠. 집을 뺏기고 난 후 집의 소중함에 대하여 절실히 알게 되었어요. 허름한 집이라도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위안이 되는지 말이죠. 동생과 저는 그렇게 부모님도 여의고 집마저 빼앗기고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