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열한 계단

by Norah

열한 계단 - 채사장



떠밀려가듯 살지 않고 남의 인생에 기웃거리지 않고 주체적이고 건강하며 대화에 진중함이 묻어나면서도 유쾌한 사람.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이런 모습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나 자신이 올바로 살아있음과 동시에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류의 사람을 간절히 만나고픈 갈증을 느낀다. 내면이 영글어진 성숙한 사람.

지대넓얕0와 같이 읽다가 이 책 먼저 진도를 뺐다. 나는 채사장의 철학이 참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들만 모아놓은, 나에게 참 많이 와닿는 책이다.




<좋은 글 발췌>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을 보고 그가 오랜 인생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백발의 노인은 오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생존한 것일지 모른다. - 기원전 1세기 로마철학자 세네카


우리는 노동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즐기고 여행하고 놀라워하기 위해 온 것일 테니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초인은 무엇인가?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라고. 인간은 스스로 몰락해야한다. 왜냐하면 초인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는 건 내가 그 책을 읽을 준비가 덜 되었거나 반대로 그 책이 나를 설득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다. 이렇게 불안하고 조급한 시간들도 개인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임을 말이다. 우리는 선입견이 있다. 내면의 성숙은 고결한 방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선입견.

삶에 감사해 (Gracias a la vida) - 메르세데스 소사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샛별 같은 눈동자를 주어
흑과 백을 온전히 구분하게 하고,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게 하고,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내 님을 찾을 수 있게 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어
밤과 낮에 우는 귀뚜라미와 카나리아의 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 소리, 물레방아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 귀에 새겨 넣게 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소리와 문자를 주어
어머니, 친구, 형제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가 걸어갈 영혼의 길을 밝혀줄 빛이 되었네.


그대의 마음은 본래 텅 빈 것이고 스스로 빛난다. 그것은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이것을 깨닫는 것으로 충분하다. 본래 텅빈 그대 자신의 마음이 곧 붓다임을 깨닫고 그것이 곧 그대 자신의 참된 의식임을 알 때 그대는 붓다의 마음 상태에 머물게 되리라.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 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86.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