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명리심리학

by Norah

명리심리학 - 양창순




사주 공부를 한지도 세월이 꽤 흘렀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불교 공부와 철학에만 충실하여 그런 미신은 우매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수단일 뿐이라며 기피하곤했다. 그러다 문득 모든 사람이 다르게 태어나고 다르게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지 궁금해졌다. 사주를 까더라도 알고 까야할 것 같았다. 뭐부터 공부해야할지 몰라 닥치는대로 검색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다보니 뭐든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내가 그 이치에 매료되어서 입만 열면 사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너무 써서 흰머리가 급속도로 늘 지경이었다.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철학관을 차릴까 하는 생각까지 하는 등, 도가 지나치다싶어 공부를 접기로 했다. 그런데 일주일을 못 넘겼다. 원래 궁금한 걸 못참고, 누구말마따나 넌더리 날 정도로 질문이 많은 사람이라 사주를 생각하지 않는 그 시간은 나에게 큰 곤욕이었다. 그러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팔자대로 이건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굳이 멀리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정식 업은 아니지만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상담을 해주곤 하는데 최근 입소문이 나서 아주 바빴을 때도 외려 즐겁기까지 했다. 이런 건 안 믿는다며 여자친구때문에 억지로 궁합본다고 따라온 남자가 생각난다. 상담이 끝나고 돌아갈 때 웃으며 깍듯이 인사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태도가 변했다는 것만 봐도 사주가 얼마나 설득력있는 분야인지 알 수있는 대목이다. 이삼십 년을 공부해도 계속 연구하는 술사들이 많을 정도로 도가 트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요즘엔 구성학도 기웃거리고 있는데 이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뚜렷해지는 사실이 있다. 타고난 기질과 무대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내가 하기에 따라 달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주보다 마음이 먼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고, 환경이 어려워도 노력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진리이다.

내가 생각났다며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명리학까지 섭렵한 정신과 전문의 이야기. 명리심리학, 신선하다 못해 바람직한 접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문구 발췌>



자기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 어디쯤인지 분명히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저 옛날 장자는 하늘과 땅은 나와 함께 생겨났다라는 말을 남겼다.


심리를 뜻하는 Psyche라는 말이 라틴어로 본래 '영' 또는 '혼'을 뜻하는 단어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서양에서도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가 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가장 현명했다는 솔로몬조차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낫고 죽은 자보다는 태어나지 않은 자가 낫다'라는 의미의 한탄을 하지 않았던가.


삶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바로 나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란 100퍼센트 '현재 이 시점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극작가 요한 폰 실러는 이를 두고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운명의 저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세네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삶 전체가 눈물을 요구하는데, 그 단편을 놓고 흐느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꼭 당신 탓만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


지지치료, 통찰치료, 인지치료 이 세 가지 치료가 다 힘든 경우가 있다. 주로 자기 연민이 매우 강하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모두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경우다.


내 운명은 육십갑자 중에 겨우 네 개의 구성, 즉 여덟 글자에 불과하다. 이것은 곧 애초에 삶이 결핍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를 두고 헤르만 헤세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같은 주파수를 가진 파동끼리는 서로 공명한다는 것이 양자역학 이론의 기본인 셈이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는 "1분마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어느 시인이 쓴 시에서 "매 순간이 꽃봉오리이다"라는 표현도 이와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인생은 짧고 그 짧은 인생동안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헝가리의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살면서 인간과 운명에 대해 깨닫게 되자, 별로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의 중심을 잃지 않고 저항력도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테가 "다른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말하라고 내버려두라. 당신은 다만 자기의 길을 가라” 라고 말한 것처럼 용기 있게 자기 삶의 여정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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