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유럽 기업에 다녔다. 좋든 싫든 본사의 지침을 따라야 했고 장점도 적지 않았지만 문화차이때문인지 희한한 정책도 많았다. 나는 주기적으로 남녀 비율과 직원 수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본사에 보고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여성 핵심멤버, 여성 리더, 없다면 언제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요청받았고 주기적으로 여직원들과 세미나를 열어 결과를 보고해야했다.
장기 근속한 무능한 여직원이 왜 자기는 매니저를 안시켜주냐고 여자라고 차별하냐고 한 적은 있었지만 우리 회사는 한국에 있는 회사답지 않게 평소에도 여성에 대해 차별이나 문제가 거의 없던터라 보고해야할 꺼리들을 쥐어짜야할 판이었다. 막상 판을 깔아주니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시화 해서 다른 여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직원도 있었지만 사실 거기 모인 대다수 여직원들은 여자들끼리만 이런 세미나를 열고 업무시간에 제공되는 음식을 먹고 희희닥거리는 것이 오히려 남직원들을 향한 역차별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성숙한 여직원들이 많았다)
물론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여자라서 차별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을 것이다. 같은 포지션에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결과를 낸다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약자는 분명 보호되어야 하지만 능력이 차별되어야 하는 곳까지 평등이라는 명목 아래 나눠먹기 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그렇게 되면 열심히 살아온 사람만 바보되는 꼴이 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어야 한다. 평등이 특혜가 될 때 잡음은 어김없이 발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