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등명법등명
엠티 한 번 가지 않았고 모범생이었던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가졌다. 그 친구는 자기가 커 온 방식대로 자녀들도 바른 길만 가도록 교육에 열을 올렸다. 특히 첫째 아들은 속도 깊고 입에서 No라는 소리는 나온 적이 없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울면서 아들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들은 할머니를 만났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겉옷을 벗지 왜 꽁꽁 싸매고 있냐고 하니 엄마가 절대 잠바를 벗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아들을 엄마 관점으로만 키웠고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주지 않았음을 자책했다.
우리는 경로우대, 동방예의지국, 유교사상, 주입식 교육으로 부모님, 웃어른, 선생님, 상사, 리더에 쉽게 복종을 한다. 거절이나 질문이나 반론을 하면 싸가지 없는 자식,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되어버릴 때도 종종 있다. 알고 보면 WHY를 제시하는 사람이 더 똑똑하고 그런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더 큰데도 말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알 수 없는 한계의 기운이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말 잘 듣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나는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인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인도의 사상가를 존경한다.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단체인 동방성단을 해체시켰다. 진리는 조직이나 그룹에서 절대 얻을 수 없고 무리와 리더가 생겨버리는 순간 진리가 멀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깨달음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지 순종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내 가족이, 선생님이, 사장님이,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붓다의 유언인 자등명법등명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아야지 특정한 사람이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너도 나도 생각이 같으니 그것이 정의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때가 되면 틀렸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이라서, 책에 나온 내용이라서 정답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 날도 올 것이다. 나만의 고유한 생각과 성찰이 없이 지내다가는 뜨거워지는 물에 천천히 삶겨 죽는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 점점 무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결국은 스스로를 지키는 자만 살아남을 것이다. 무엇이 답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내 진심이 내린 그 선택과 책임은 언제나 옳은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