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까짓것
아주 오래된 베프가 있었다(20년만에 절교해서 지금은 친구가 아니다) 아무튼 20대 후반 그 친구는 자기 친구들 셋을 데리고 오고 나는 내 친구들 셋을 데려와서 남녀 4:4로 놀았던 적이 있다. 내 친구들은 외모 학벌 직업이 빠지지 않았던 데 반해 남자애들은 잘 놀고 웃긴 것이 전부였는데 단체 미팅도 아니고 해서 다 같이 뒤집어지게 잘 놀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인 A는 약속도 잘 지키고 키크고 조신하고 어딜 내놔도 괜찮은 애였는데 역시나 남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렇게 놀고 얼마 후 베프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베프 친구로 나왔던 키도 엄청 작고 백수였던 B가 A랑 사귄다는 얘기였다. 나는 놀라서 A에게 전화해서 우째 된 일이냐고 하니 자기도 아직 안 믿긴다며 자기도 모르게 B의 유머와 적극성에 스며들었단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여러가지로 B보다 우월한 베프는 그녀가 넘사벽이라 생각해서 감히 용기내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ㅋㅋ 결국 A와 B는 결혼했고 나와 베프는 축하 가무를 맡아서 결혼식 분위기를 초토화시켰다.
살다보면 용기가 기적을 부를 때가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아서 이 진리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나보다 잘 나 보이는 사람도 자신감 없어 쭈뼛거리다가 기회를 못 잡는 경우도 보았고 존재감 전혀 없던 사람이 자신감 하나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보았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망설이는 시간에 그냥 들이대거나 제 아무리 대단한 회사라도 맘에 들면 이력서를 찔러 넣어봐야한다. 다들 저 선수가 베테랑이고 일등할거라 예상하지만 다른 선수가 이길 수 있는 것처럼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정주영 회장님께서 해보기나 했냐고 수차례 반문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때로는 실력보다 운이 더 큰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그 운은 자신감과 용기에서 종종 생기곤 한다. 한 번 태어나서 한 번 죽는 인생에 그 까짓것 뭐가 두려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