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지난 주에 친구에게 전화왔다. 친구는 아랫집 언니와 잘 지내다가 갈수록 배려없는 그 언니의 태도로 서운함을 토로하고 멀어진 적이 있는데 딸이 개학하고 엘베에서 자주 마주치는 그 언니를 보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평소 인사하던 다른 아줌마들도 행동이 달라진걸보니 떠들기 좋아하는 그 여자가 그 친구 흉을 오지게 보고 다닌 모양이었다. 거기다 다른 아줌마들하고 있으면 더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서 친구가 더 소외되도록 한댄다. 그말을 듣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회사 다닐 때도 그런 시끄러운 골빈녀가 있었다. 추잡스럽게 먹을 걸로 유인해서 나이를 앞세워 여직원들을 몰고다니며 늘 회사의 이슈를 물어서 주목받으려고 한 외로운 깡통녀. 새 직원이 들어오면 텃세 작렬이지만 주변에 자기 무리들이 없으면 퇴사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지는 불쌍한 아줌마. 다들 드센 그녀를 싫어했지만 소속감에서 못벗어나는 여자들 특유의 그 무언가 때문에 서로 뒷담화만 하고 겉으론 헤헤거렸다. 유독 나만 자기를 개무시하는게 짜증이 났던지 참 쌀쌀맞았지만 나에게 몇 번 즈려 밟히고부터는 조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내 자리에 와서 나의 멘탈을 배우고 싶다는 직원도 있었지만 멘탈이고 뭐고간에 성질이 드러워서 그런거였다.
나이를 먹고 자주 느낀 것은 나이를 먹었다고 나잇값을 하는 어른은 생각보다 없다는 것이다. 다들 주름만 더 생겼지 생각하는 수준은 일이십대에 멈춘 경우가 허다하다.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아직까지 우루루 뭉쳐다니면 뭐가 되는 줄 아는 인물도 많다. 나도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지만 무리지어 계속 몰려다닌 적은 없다. 어릴 때도 그랬다. 사실 답답해서 그런걸 못한다. 친구들이 계모임을 만들자고 해도 너거끼리 해라고 하고 회사도 독방을 안 썼으면 그렇게 오래 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며 식구들끼리 모여도 싸우지도 않았는데 가끔은 혼자 거리두기 할 정도로 자유롭게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한다.
논어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 하지 않고 소인은 어울려 다니지만 화합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자기 존재로 오롯이 잘 지내니 몰려 다닐 이유가 없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굳이 주변인으로 인해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화합하며 어울려 지내는 것은 절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즐겁지 않고 불안해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없이 끄달려가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외로우면 둘 셋이어도 외롭다. 자신에게 고독한 시간을 주지 않는 자에게는 성찰이 따라오지 않고 성찰이 없는 자는 영원히 외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