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만 있는게 아니다

풍부한 인생

by Norah

해외살이를 한지 한 달이 다 돼간다. 반가운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을 줄기차게 만나며 오지게 놀고 마시고 운동하고 공부했다. 평소 체력을 무시하고 쏘다닌 결과 몸살도 났지만 매일 매일이 흥미롭고 행복하다. 사십대에 이십대같은 열정이 샘 솟는걸 보니 역시 운은 무시할 수가 없다는 걸 실감한다.


올해 나의 대운이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30년의 겨울 대운을 끝내고 봄 대운을 맞이하며 교운기에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은 노인이고 봄은 청년으로 비유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철없이 사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나를 정의 내리고 별다른 변화없이 밋밋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없어졌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안정을 느끼고 그래서인지 습관처럼 해오던 것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안전한게 좋다고 하면서도 한번씩 밀려드는 따분함에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는 없다. 내 삶에는 내 스타일이 정답일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인생에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도는 분명 필요해보인다.


꾸준함은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이 길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시야를 좁히고 자신을 옭아맬 수도 있다.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하고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자잘하게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런 일들이 기회가 되기도 하고 인생을 다양한 각도로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괄괄한 성격이 아니다. 사주 구성도 섬세하고 음적인 기운이 많다. 그런 내가 내성적이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조금이라도 떨리는 마음이 일어나면 더 적극적으로 나를 노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손을 들고 발표를 하고 무대에 뛰쳐 나가 쇼를 했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노출시켜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나 시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변할 수도 있는지 알게 된 계기였다.


반드시 가야할 길이란 없다. 살아오던대로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다. 이 길이 없어지면 다른 길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한 가지 일을 운명처럼 만나 거기에 매진해서 깊은 인생을 살고픈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잘한 모험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깊이보다 넓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늦게 가도 행복하기만 하면 되니까. 행복한 사람은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그래서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오래된 화두임에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디로 갈 것인가는 확실히 안다. 그건 내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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