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선택이다

가스라이팅과 공황장애

by Norah

내가 어릴 때는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다. 학교에서 그런 애들이 보여도 크게 이슈되지 않았다. 그러다 왕따라는 말이 생기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왕따는 더 많아졌고 가혹 행위는 더 심해졌다. 요즘엔 또 다른 단어들이 귀가 따갑도록 자주 들린다. 너도 나도 공황장애고 그도 그녀도 가스라이팅을 당했단다. 안 힘든 사람은 아무도 없어보인다.


언어라는 것은 만들어지면 특화되는 성질이 있는데 단어가 생겨남으로써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김춘수의 꽃처럼 이름이란 걸 갖다 붙이면 의미가 부여되고 뭔가 대단한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모르고 살 때는 문제로 못느끼다가 알고나서 괜히 신경쓰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정보때문에 지레 겁먹고 더 심각해지는 병 또한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르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를 알고 이해하고 주의하거나 예방하는 것은 더 나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단어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피해자나 환자로 여기며 심각하게 절망하고 상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단어가 성행하듯 당연하다는 듯이 유행처럼 집단으로 병이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같은 병명을 들어도 누구는 죽을 준비에 짐부터 싸지만 어떤 이는 극복하고 이겨내듯 모든 것은 내가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많이 알려진 만화인 인삼밭 고구마를 보면 인삼밭에 있는 인삼이, 자기가 인삼인줄 알고 행복해하는 고구마가 계속 눈에 거슬려 진실을 알려주는데, 고구마는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자기는 고구마라는 걸 받아들이며 다시 행복해한다. 인삼은 자신에게 집중 못하고 고구마를 질투하지만 고구마는 자신이 인삼이든 고구마든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행복해한다. 모두가 고구마처럼 산다면 세상엔 친절과 행복과 사랑만 넘쳐날 것이다.


사람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태어나는 순간 고해에 던져진다. 좀 더 쉽게 가는 사람은 있어도 평생 찡그림없이 가는 사람은 없다. 어차피 힘든 세상에 스스로를 처량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삶은 더 무거워질 것이다. 너도 그렇나 나도 그런데... 이게 이젠 별거 아니구나 하며 털어낼 용기도 필요하다.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면 이제는 누구도 나를 흔들지 못할 정도로 단단해지면 될 것이고 공황장애가 생겼다면 치료받으며 오롯이 내 마음에 집중하고 살펴나가면 될 것이다.


모든 문제는 해결하면 없어진다. 해결은 결단에서 나오고 결단은 선택하고 밀고 나가는 것이다. 원치않는 일을 심각하게 보고 계속 그것만 생각하면 그 일에 힘이 실려 점점 더 커지게 된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나에게 달렸다. 생각도 내가 결정하기 나름이다. 인간에게 이성과 감정은 둘 다 중요하다지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언제나 이성과 논리에 가까운 생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