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2

알맹이를 찾아서

by Norah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중견기업 사장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법륜스님에 대해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 그 사람 스님이 맞냐고, 종단에 정식적으로 수계도 안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법륜 스님을 찬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 분은 스님의 탈만 쓰고 산에 혼자 지내는 사람보다 중생구제를 더 많이 실천하고 계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덧붙여, 정식이란 게 어디있나, 그것도 인간이 만든 포장지이다, 자기네들끼리 그걸 정답이라고 정의내리고 약속해서 만든 틀일 뿐이라고 하니 무안했는지 얼른 화제를 바꾸셨다.


세상에는 껍데기가 난무한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학벌을 중시하고 간판을 내세우며 형식에 치중하는 케케묵은 사람들이 많다. 일 잘하는 고졸보다 일 못하는 대졸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고, 묵묵하고 성실한 직원보다 그럴싸하게 나대는 직원을 더 빨리 승진시키며, 무술경기에서 이겨도 공인 체육관 소속이 아니면 이단이라고 비아냥대고, 듣고 보면 별 내용도 아닌 것을 현란한 말빨 하나로 인기 강사라 칭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우리는 알맹이가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목적과 역할이 상실되어 핵심을 찾기가 어렵다. 가정의 목적, 학교의 목적, 종교단체의 목적, 국회의 목적도 없고, 부모와 자녀의 역할, 선생과 학생의 역할, 성직자와 신도의 역할, 정치인과 국민의 역할도 없다. 애만 낳으면 부모, 임용고시 패스만 하면 선생, 부처 예수를 언급하면 종교인, 당선만 되면 국회의원이 된다. 이름과 직함이라는 무늬만 가졌지 정작 진실로 추구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탄소배출 어쩌고 떠들어 대는 사람보다 플로깅이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목탁만 두드리는 스님이나 신도 수 늘리기에만 열을 올리는 목사보다 이웃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내는 사람이 진실로 세상에 더 이로운 사람이다. 껍데기는 진리가 될 수 없다. 껍데기가 널리고 널려서 난장판인 세상이지만 나라도 소소하게나마 알맹이를 채워넣는 인간이 되어야겠다. 그런 사람만이 진정으로 보람되고 여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외형보다는 내면에 충실하고, 어디서나 진실된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