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우리는 지금까지 나보다는 남을, 개성보다는 조화롭게 사는 삶이 더 가치가 있다고 배워왔다. 나를 앞세우는 것보다는 주어진 틀 안에서 모범적으로 살아가기를 강요받으며 살았다. 나다움을 표출하는 순간 괴짜가 되거나 바보가 되거나 튀는 사람이 된다. 그런 사람이 성공을 하게 되면 앞다투어 그를 천재라고 칭해주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그동안 자신의 본능과 욕망에 따라 솔직하게 살아보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먼저 살아봐서 아는데 우리 말을 잘 따르면 손해보는 게 없을 거라고만 자신있게 말씀하셨다. 자신이 누구이며 삶이란 어떤 것인지, 인생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고 진지하게 고민할 틈을 주신 어른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그들이 정한 정답만을 뻐꾸기처럼 내뱉곤 했다. 보람도 없고 깨우침도 없으며 행복도 없는 삶이다. 통찰력도 상상력도 없는 로봇처럼 그렇게 한 해 두 해 나이만 먹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에게는 이성적인 판단만이 아닌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정과 능력이 있다. 직관을 따르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무한힌 잠재력을 품고있는 존재들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인생을 화려하게 채색할 것인가, 주어진 삶에 소박하게 살아갈 것인가는 자신이 정하기 나름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더이상 변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타성을 깨뜨리는 주체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중요하고 사색과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없이는 우주도 없고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도가에 있어 최교수님을 따라갈 자가 얼마나 될까. 나를 알고 싶다면 한 번은 봐야할 책.
<좋은 문구 발췌>
불안과 불행 혹은 고갈되어 가는 느낌은 바로 '우리' 속에서 '내'가 피폐해져 가는 일이 아닐까요? '우리'에 맞추다가 정작 '나'를 잃게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라는 것은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권력의 구조로만 존재하는 것이지요. '우리'라는 것은 사실 '나'들의 총합일 뿐이에요. '나'들이 합해져서 '우리'가 되었는데 이성적인 구조 속에서는 '우리'의 실재성을 강조하다 보니 '나'의 존재성은 경시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자기가 가지고 싶은 만큼, 가질 수 있는 만큼 잡고 빠져 나가는 것은 포기하고 손에 남겨진 것을 생각의 형태로 저장한 것, 이것이 바로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개념은 출발부터 세계를 전면적으로 반영하기에 부족한 것이고, 출발부터 소유적 상태이고, 출발부터 제한된 상태이고, 출발부터 딱딱한 거에요.
멋대로 하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다 - 도덕경 37장
진정한 앎에 도달한 사람은 자기가 아는 내용을 언어화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언어화한다는 것은 명제화 혹은 체계화한다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