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위한 침묵수업
- 미셸 르 방 키앵
<좋은 문구 발췌>
행함이 없이 행하고, 일 없음을 일삼고, 맛없음을 음미하라. - 노자, (도덕경)
얼굴은 정신의 거울.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이 (…) 몽상이 잠잠하게 한 내 안의 움직임을 대신했고, 나는 사유라는 수고를 굳이 하지 않아도 내 존재를 기쁨으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중국에는 "벼를 잡아당긴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 혹은 지붕에 부딪히는 빗소리처럼 맥이 일정하면 병자는 나흘 안에 세상을 떠난다. - 맥경
20세기는 소음의 시대다. 진짜 소리, 마음의 소리, 욕망의 소리... 우리는 이 각각에 대해 역사적 기록을 갱신했다. 현대 기술의 위용이란 죄다 침묵과의 싸움에 이바지하는 판국이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이미 기원전 44년에도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해넘이부터 해돋이까지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는 도시의 소음을 막기 위한 최초의 역사적 조치였다. 중세 도시의 거리는 워낙 좁고, 이렇다 할 방음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으니 소음이 꽤나 심각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 2년간 극심한 소음에 노출될 경우 평균수명이 73개월 단축된다. 그러니 소음은 사람을 조금씩 말려 죽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향실 체험은 절대적 침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충분히 뒷받침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막연한 기억, 즉 레미니상스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이 말을 들으면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난다.
대화에서의 침묵을 다룰 때 자주 인용되는 아일랜드 극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 있다. "침묵보다 귀한 것은 없다. 그 점에 대해서라면 나는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다."
들을 줄 안다는 것은 진정 입을 다물 줄 안다는 뜻이다.
경청은 상대방 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들어줄 때 나의 내면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전진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내 얘기를 경청하는 순간 크나큰 두려움이 견딜 만한 감정이 되니 참으로 놀랍다. 절대로 풀 수 없다고 생각한 문제가 내게 귀 기울여주는 사람 앞에서는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변하다니 얼마나 경이로운가.
나는 명상한다. 나 자신을 잊을 때보다 감미로운 꿈을 꾸는 때는 없다. 나는 존재들의 체계에 녹아들면서, 온 자연과 일체를 이루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황홀을 느낀다.- 장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침묵은 행복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깊은 행복. 침묵을 통해 소리 없이 자신과 자신의 감각에, 나아가 타자와 환경에 맞닿는 법을 배운다. 입을 다문채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음미하다 보면 나 역시 그저 존재하고 경청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