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늙어가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by Norah

언제부터인가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으레 드는 생각은, 인생이란 나이와 같은 속도로 흐른다는 말을 실감이라도 하듯이 하루가 갈수록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다. 돌아서면 주말이고, 돌아서면 생일이고, 돌아서면 연말이다. 체력이 좋아지고 더 자주 웃는 걸 보면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되지만, 내외적인 안정감과 융통성이 많아진 것을 고려해 보면 내가 확실히 나이를 먹었구나 싶고 그것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보고 듣고 배우고 겪은 그 세월이 없었다면 이런 깨우침과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성장을 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는 몰라도 악만 차올라 관상이 독해진 어른도 있고, 나이만 앞세워 억지 예우를 강요하는 어른도 있으며, 기본적인 교양과 매너도 없는 어른도 허다하다. 그래서 종종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 때는, 노인이란 주름과 비례하는 지혜를 갖춘 자라고 생각해서 그들에게 과한 친절을 보인 적도 있었으나, 생각 없이 늙기만 한 사람이 더 많은 걸 보고나서부터는 나이 듦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혜는 시간과 경험에서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 경험에 대한 해석과 성찰에서 온다는 것,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가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것이다 아니다로 구분되지 않는다. 거울을 보고 세월을 한탄하는 사람에겐 비참함일 것이고 인생의 참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겉은 반짝거리는데 속이 썩은 과일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듯이, 얼굴 살을 뒤통수까지 잡아 땡기고 처진 눈을 희번덕하게 꼬매본들 향기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반대로, 나만의 개성으로 흔들림없이 속을 채우고 잘 성숙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존경을 받게 된다.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어떻게 사용할까, 어떻게 하면 멋지게 늙어갈 수 있을까. 항상 이 물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봐야겠다. 나이 듦에도 신중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