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myself
나는 자식이 없다. 대신에 자식보다 더 귀엽다는 조카들이 있다. 이제는 다 커서 친구들이 되어, 같이 공도 치고, 알아서 계획하고, 예약하고, 챙겨줘서 내가 많이 수월해졌다. 커서도 놀아달라는 이모의 세뇌가 제대로 박혔는지 서슴없이 먼저 나를 찾는다.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아이들. 보고만 있어도 감동을 주던 쪼꼬미들이 이렇게 멋지고 행복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대견하다.
며칠 전 밤, 침대에 누웠는데 나도 조카들 못지않게 잘 자랐단 생각에 갑자기 미소가 지어졌다. 무결점의 삶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벅차게 잘 살고 있는 내 삶이 엄청난 행운과 감사로 여겨졌다. 잘 산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바라는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며 무엇보다 어떤 것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만큼 좋은 상태도 없을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들 끝없이 요동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겐 삶이 지옥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은 누가 뭐래도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자식이 생기고서부터 성격이 변하는 여자들이 많다. 그들 특유의 공통점은 온화함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때는 아줌마들의 그런 드센 말투와 행동이 싫어 피해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들도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것도 같았다. 자식과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은 모두가 꽃과 같아서 물을 마시고 해를 받으며 이쁘게 자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점점 시들어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막연한 희생이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연하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면서 악발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기를 챙겨라고 했더니, 이제부터 식구들 밥도 안 차려주기로 선언했다는 주부나, 자아실현을 위해 회사를 안 다니겠다는 가장처럼, 이기적임을 자기애로 오해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방법에는 종류가 많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자신을 내 자식처럼 여기는 것이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말로 나와 대화하고, 나도 모르게 선을 넘으려 하면 통제를 하고, 나를 진심으로 대하며 중심을 잡아 주고,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운동시키고, 공부시키는 일. 나를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식을 챙기듯 저절로 자신을 잘 키우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도 닦는 행위라는 말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도를 닦듯 나를 잘 양육하면 이 아이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서 나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내 부모이자 내 자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