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나는 캠퍼스를 지나다가 내가 모르는 사람과 같이 걸어오고 있는 내 친구와 마주치게 되었다. 나와 친구는 반갑게 인사를 했고 친구는 자신의 동아리 친구라며 옆에 있는 사람을 나에게 소개시켜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존댓말을 쓰고 웃으며 인사를 한 것과는 달리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내 친구는 그런 일을 처음 겪는 나보다 더 난처해하며 조만간 연락하겠다는 말을 하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사람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낯선 사람에게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어떻게 되든 그 때의 일은 아직까지 내 생애 가장 불쾌한 첫 만남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람마다 인사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 눈이 마주칠 때까지 인사를 미루는 사람도 있고, 멀리서도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도 있다. 기분에 따라 인사하는 사람도 있고 목례만 하는 사람도 있으며 들릴듯 말듯 한 소리로 얼버무리는 사람도 있고 "안녕하세요" 하면 마지못해 "네"만 하고 그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끔씩 그 별 거 아닌듯한 인사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볼 때마다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에게는 받는 것 하나 없어도 음료수라도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인사를 건너띄거나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면 무시당한 것 같아 앙금이 쌓이기도 한다. 사람은 내면이 어떻든 인사를 잘 하면 싹싹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아무리 잘 난 사람이라도 인사성이 나쁘면 곱게 보여질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인사는 절대 별 거 아닌게 아니라는 소리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인사로 시작하고 인사로 끝난다. 혼자 골방에 박혀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인사를 피하고 살아갈 수 없다. 영어로는 인사(greeting)와 인사(personnel affairs)가 구분되어 있지만 한자로는 둘 다 똑같이 인사(人事)라고 쓰는 이유는 greeting이나 personnel affairs나 그 모든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사 하는 태도 하나만 보아도 가정교육과 인간 됨됨이가 쉽게 파악되기도 하듯 인사는 인간 활동의 기본 중에 기본인 예의이다. 모든 사람이 그 기본적인 인사 하나가 내 평판을 만든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면 이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더 즐거워질 것임에 틀림없다.
예는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