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꼴불견이 참 많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집단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마치 왕이나 된 것처럼 우쭐대는 사람에게는 뱉어줄 침도 아깝단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그들 못지않게 웃긴다. 자기보다 잘 나 보이는 사람을 무턱대고 증오하고 깎아 내리면서도 그들을 부러워하고 친해지려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니까 말이다. 거만한 사람만큼이나 찌질하고 한심하다.
사람은 좋은 가문에 명문대를 나왔고 넓은 집에 살고 연봉이 높다고 고귀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직장 상사도 퇴사를 하면 그럴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고, 화려한 스타들과 우아하게 보이는 고위층도 우리처럼 똑같이 밥먹고 볼 일 보고 수면을 취한다. 우리는 다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나는 사람에게도 등급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급을 나누는 기준은 그런 허접한 껍데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진정한 품위와 교양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은 그 사람을 지배하는 생각과 그의 행동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끝도 없이 "어떤" 사람(알맹이) 보다 "무엇"이 된 사람(껍데기)에 집착하고 있다. 나 역시 어릴 때는 무언가가 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무엇이 의미없는 껍데기처럼 여겨진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허무주의자로는 보이기 싫어하는 나 자신 역시 모순적인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최근들어 스스로에게 계속 되묻곤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 -가족, 학벌, 신분, 직급- 을 다 떼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쌓아온 지식, 경험, 관계가 다 없어진다면 나는 어떤 삶을 열망할까?"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질문에는 선뜻 이렇다 할만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부른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만족하는 답을 찾을 때까지 나는 이 질문을 계속 할 생각이다.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