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닐텐데

by Norah

일처리를 잘하지만 딱딱하게 보이는 한과장은 순하게 보이지만 일머리가 없는 우대리에게 쏘아대고 있다. 한과장은 우대리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맞는 소리만 했지만 직원들은 우대리만 불쌍하다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린다. 한과장은 인간미가 없고 우대리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는 인간미 철철 넘치게 보이는 직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렇다. 일단 약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그를 옹호한다. 거기에는 논리도 없고 이유도 없다. 그저 안쓰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대리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여우같은 여자인지 바보 멍청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정이 더 간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동정을 얻고 다닌다. 우대리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한과장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잭 블랙이 주연인 영화 버니를 보면 버니가 사람을 죽이고 냉동실에 시체를 넣어둔 것까지 밝혀졌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 착한 버니가 그럴리 없다고 믿거나 그 여자가 죽일만한 이유를 제공했다며 버니를 감싸준다. 오히려 사건을 밝히려는 검사가 주민들의 적이 될 정도이다. 사람들은 버니가 그동안 보여준 행동을 보고 무조건 버니를 믿고 싶어했고 그 믿음이 진실까지 부정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속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십 여년을 알고 지낸 사람들의 곗돈을 들고 튀는 일이나 친한 친구를 배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걸 보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가식이든 진심이든 그저 그 앞에서 잘 웃어주고 맞장구 쳐주면 대부분 사람들은 다 좋아하니까 말이다. 그런 것을 알고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그 말과 행동에 현혹돼서 졸졸 따르는 사람도 많다.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는 알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더 크게 반응한다. 그 사람을 좋게 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진실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섣부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는 매번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또 이런 소리를 한다.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