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친한 친구에게서 그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그 얘기만 나오면 평정심을 잃었고 기분나빠하다가 급기야는 그 말을 하지마라고 요청했다. 평소 허물없이 온갖 말을 다 하는 사이라 나 역시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본질을 맞닥뜨리지 못하고 회피만 하려는 그 친구가 안타깝기도 했다.
며칠 뒤 이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다. 생각을 해보니 유독 그 문제에 대해서만 자신이 너무 예민해졌고 그래서 일단 안듣고 피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진짜 문제는 그 일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그 말이 나올때마다 짜증스럽게 받아들였던 자신의 태도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신경쓰지말고 예전처럼 아무 말이나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나는 자신을 잘 돌아보고 성찰하는 그 친구가 멋지게 보였다.
사람들은 “넌 왜 그 얘길 끄집어내서 나를 열받게 만드냐.”는 소리를 곧잘 한다. 사실 어떤 얘기를 해도 자신이 열받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가 어떤 말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기도 어렵거니와 안다고 해도 상대가 불편할까봐 일일이 눈치보고 신경쓰고 가려서 말해야 하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배려가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잘 들어주는 것도 나에게 이로울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상대에게 말을 가려가며 하라고 훈계하는 것보다는, 내가 알아서 잘 가려가며 듣는 훈련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들고 지혜는 언제나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