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다는 것에 우쭐하지 말라

by Norah

A는 성실하다. 일찍 회사에 나와서 늦게까지 앉아있는다. A는 다른 직원들처럼 자주 노닥거리지도 않고 누가봐도 모범적이다. 그런데 그의 동료 B는 A가 못마땅하다. A는 매사 진지하다 못해 늘 심각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맡은 일의 배경부터 모든 정보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팀웍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게 된 B는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가뜩이나 태산처럼 밀려오는 일더미에 짜증이 나 죽겠는데 A는 밤이고 낮이고 나무를 붙잡고 연구하느라 정작 큰 산은 넘지 못하고 몇 주 째 일을 질질 끌고있다.


B는 게으르다.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머리를 쓴다. 어떻게 하면 빨리 잘 끝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무슨 일이든 진도가 빠르다. 회사는 결과 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오래 붙잡고 있을 것과 아닌 것에 대해 구분을 잘 한다. 얄밉기도 하지만 판단력이 있고 일은 잘 하는 편이다. 그런 B입장에서는 바위처럼 앉아만 있는 A가 좋게 보일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윗사람과 주변사람은 A의 성실함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살다보면 일머리는 없지만 끝없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긴 하는데 결과물은 없거나 삽질만 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그런데 그들은 으레 칭찬을 듣거나 연장수당을 더 챙겨간다. 공부는 못하지만 수업에는 꼬박 참여해서 개근상을 타는 학생처럼 성실함은 상을 줄만큼의 큰 미덕으로 여겨진다. 성실함은 일단 그 일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효율성과 능력의 유무를 떠나서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좋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책없는 성실함이 우리에게 발전적인 영향을 주거나 효율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장인(匠人)이 되려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바쁜 시대에 시간 소모에 매달리며 성실에만 집중하는 사람을 마냥 좋게는 볼 수는 없다. 그치만 불성실보다는 성실이 좋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보니, 유감스럽게도 그 성실함이 능력없는 사람에게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이 될 때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성실함이란 다른 단점을 커버해주기에 꽤 쉽고 괜찮은 덕목으로 인식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들도 모르는 것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지름길이 있다는 것이다. 쉼없이 달려왔는데 나이 들어서 이게 뭔가라고 탄식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성실함만 강조하며 산 사람은 아닐까. 성실함은 나쁜 것이 분명 아니다. 하지만 성실함이 무기가 되는 시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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