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자유리 Oct 29. 2019

교육의 비밀

자유리 일기



#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바뀌어가는 교육정책에 맞춰서 아이들의 교육과정을 전두지휘했다.

안해본 교육이 없었다.

지금 입시에 맞는 교육이라면 나는 최선을 다해서 적용하고, 아이들을 교육시켰다.



그래서 나는 창의력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우리가 배웠던 교육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결과를 얻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게 지금 현재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리가 가리려고 한 진실 너머에 있는 가릴 수 없는 사실을 오늘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어른들이 가장 쉽게 하는 이야기. 창의력. 


분명 이 좁은 대한민국의 땅에 아무런 자원조차 없는 이 나라에서 창의력은 정말 중요한 자원이다.

인재를 만들지 못하면 미래는 없는 것이라는 건 너무 당연하다. 인적자원뿐인 나라이니깐.

그래서 일까? 우리나라는 어느나라보다 교육열이 치열하다.



문제는 이 서열화된 교육이 너무나도 창의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두달에 한번 밀려오는 시험의 공포와 불안은 사람을 압박하게 만든다.

사실 시험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시험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평가, 시선, 판단이 무서운 것이다.


즐기면서 시험을 준비할 수는 없다. 못하면 망하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아무리 학원이 좋아도 성적이 안나오면 그만이었다. 나는 그렇게 이곳을 좋아해줬던 수 많은 아이들과 이별을 해야만 했다. 

어릴때부터 우리는 이 주기적인 공포속에서 살아갔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성인이되어서도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너무나도 강하다.




그 공간에 가득차있는 부모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미래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담을 오는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나는 항상 학부모를 울리곤 했다.

한 가득 아이의 불만을 들어드린뒤, 나는 부모에게 당신이 얼마나 당신의 아이를 힘들게 만드는지

아주 부드럽게 전해주곤 했다.



엄마가 바빠서 엄마의 사랑이 그리워서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진심을 알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그 아이의 채우지 못한 성적이 늘 불만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공부를 한것인데,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보지 않았다. 

나는 항상 이런점을 학부모에게 알려주었다.

엄마는 진심을 알고나서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엄마의 고질적인 불안은 잠깐의 진심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공부해서 남주니?







조벽교수님이 말했다.

공부를 하면 남을 줘선 안된다는 부모의 말 한마디에 이기적인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바람을 먹고 자라는 법이다.




공부를 하면 남을 줘야 한다. 

인성이 바른 아이가 되기위해서는 공부하면 남을 주는것이 습관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남을 줄 수록 창의적인 방법들이 생겨난다. 줄수록 얻는 법이 교육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갔다.

말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담기는 법이다. 

이 말안에는 잔인할 정도의 이기적인 문화가 담겨져있다.

작은 말에 담긴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언제나 더 크고 무서운 법이다.

아이들은 공부를 해서 남을 주지 않기 시작했다. 비법노트처럼 들고나니는 학원 프린트물은 각자의 전략처럼 공유해서는 안되는 성이 되어갔다.







유현준 교수가 또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건축은 창의적 교육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고 말이다. 

평당 건축자재비용이 교도소보다 못한 학교 건물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학교건물은 교도소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비슷해보인다.

학교를 갑갑해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층은 교무실이 차지한 공간에서 고학년 아이들은 4층에서 공부를 한다.

쉬는 시간이 와도 1층으로 내려오지를 못한다. 그 어디에서도 뛰어놀 수 없는 구조.

뛸 수 없다면, 움직 일 수 없다면, 아이들의 선택은 하나이다.


작고 작은 스마트폰, 혹은 책. 


우리나라에 창의적인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창의적인 공간이 없는 것이 맞다.

창의적인 공간이 없다면 창의적인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 이것을 직접 경험해본적이 있다.

나는 학원 운영을 그만두기 1년전, 아이들의 창의력에 대해서 수업을 운영한적이 있다.








그때 중학교 2학년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얼굴은 건조했고, 말수는 없었다. 언제나 지쳐보였고, 의욕이 떨어져보였다.

꿈을 물어보았을때 정말 1초도 고민없이, 아니 고민하고 싶지 않은채로 그 건조한 얼굴로 읊조렸다.




"공무원.."



이 친구는 우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년간 자신의 꿈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그의 진짜 꿈은 뮤지션이었다.

놀라운 1년이었다. 우리는 함께 뛰놀고, 개천을 찾고, 경복궁을 갔다. 게임을 하고, 마음껏 책을 읽으며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수업의 제약을 풀자마자 아이들의 창의력은 금새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에 학원 자체내에서 운영하는 입시적인, 주입적인 방식을 최소화만 운영하였다.

(그것 역시 학부모님들에게 약속한 최소한의 것이었다.)









10년 교육기간 중에 진짜 교육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1년의 시간이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20여명의 학생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어떤 아이는 꿈을 바꾸게 되었고, 어떤 아이는 기질이 변화되었다. (숨겨있던 잠재적인 기질)

친구들을 쉽게 사귀기도 했다. 평소 절대 책을 읽지 않던 친구가 철학서적에 빠지기도 했다. 

말그대로 기적이었다. 그때 당시 수현샘과 형선샘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시간이 갈 수록 모두 불안에 떨었다.

우리가 애써 바꿔간 아이들에게 엄마는 이런식의 타박을 주었다.



                                        

그 학원 그만두면 안되니? 너 어쩔라고 그래?
시험준비는 잘 하고 있어?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데 부모가 그만두게 하고 싶은 이상한 학원.

그렇게 정말 이상한 학원이 되어갔다.

누구는 우리에게 대안학교를 설립해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대안학교를 세울 생각이 1도 없었다.


말그대로 대안학교는 입시학원의 대안으로 나온것이다. 입시의 대안. 내가 바라는 교육은 입시의 대안 그자체가 아니었다.

창의력은 입시의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깐.

미래 교육을 생각한다면 입시가 우리 교육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1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교육을 지속할 수 없었다.


아이들과 원치않은 중간고사를 준비해주기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었다. 

애써 만들어간 아이들의 창의력이 생생함이 살아있음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이제는 내게 너무 힘든일이 되었을때, 나는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순간랩이 사실은 학부모들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것도 변할 수 없다는 그때의 진심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바나나프로젝트라는 수업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때 아이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학부모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아이의 미래는 부모이다. 

부모가 애써 걱정해야 할 것은 아이의 잠재력이 아니다. 

나의 잠재력이다. 



한번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를 다시 생각해보자.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바람대로 살았나?
아니면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나? 


대다수는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이어받았을 것이다.

걱정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는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걱정마저 아이에게 투영한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닌 도피이다. 



주입식과 창의력 교육에 대해서 무엇이 맞고 틀리고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주입적인 방식으로 창의적인 결과를 얻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잘못된 방식은 잘못된 결과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지의 공포와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잘못된 교육자들이 많다.

직시해야 한다. 누구도 우리 아이를 책임지지 않고, 그 누구도 당신보다 아이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이다.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이에게는 100권의 책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허용하라. 그리고 죽을만큼 믿어라. 당신의 아이를. 

그 허용의 빈틈은 아이들이 창의력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갚아줄 것이다.




그것이 교육이 가진 본질적인 비밀의 실체이다.









<구독과 좋아요는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되어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감정메일코스를 신청하시면, 5만원 상당의 유료콘텐츠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벤트는 상시 마감될 수 있습니다.) 


http://soonganlab.com/감정-코칭/











2019. 10. 29. 자유리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리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