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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야기

크리에이터 비법서

by 작가 자유리




179명.

역시 오늘도 구독자는 오르지 않았다.

6개월째, 나는 유튜브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고, 신이 말한 것처럼 100개의 영상을 업로드 를 마쳤다. 매일 하루에 4시간이 넘게 반복해서 편집하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점점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눈높이는 더 차갑게 느껴졌고, 분명 그들이 원하던 정보성과 재미를 나는 동시에 놓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1분 아니 30초 조차 길게 기다려주지 않는 나처럼 그들도 매 한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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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기대하고 영상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영상이 쌓여질수록 나는 어쩌면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영상을 올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제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이렇게 올리기만 하는게 맞을까?
"내가 지금 끌고 가는 방향이 정말 맞을까?"



궁금증이 하늘을 찌르자 한 사람이 떠 올랐다.


"계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네. 이제 오실때가 된 것 같네요."


통화 내용은 결코 길지 않았다.

이 한마디만 전한채, 나는 그저 신의 집앞으로 달려갔다.

신은 편안한 복장으로 나와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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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잘 보고 있어요."


신은 내가 온 목적을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있었다.



"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신의 이야기를 듣고, 영상을 습관화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두려운 마음이 자꾸 커집니다."




"무엇이 가장 두려우신가요?"


"사실 진짜 두려운 것은 반응이 없는 이 상태에요. 몇개월째 영상을 올리고는 있지만, 댓글하나 안달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정말 내가 이런 것을 하는게 맞나 하는 좌절감이 밀려옵니다."


신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려는 듯 더 침묵을 지키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계속해서 내 말을 이어가야만 했다.


"왜 사람들은 제 영상을 안보는 걸까요? 왜 이렇게 반응이 없는 건가요? 신도 그러셨나요?"


무언가 배설이 다 끝난듯, 시원함이 밀려올줄 알았지만, 말을 하니 더 복잡해진 기분이 올라온다.

신은 그런 내게 타일르듯 이야기를 건냈다.



"자유리 제가 본인에게 맞는 세가지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이제 이 질문을 잘 고민해보실 때가 오신것 같아요."




나는 약간 떨리는 마음을 숨긴채 그의 질문 앞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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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에요. 자유리는 영상에서 누구에게 대화하고 있어요?"



"대화요? 대중이죠."


"좋습니다. 대중이라면, 그게 감정을 손상받은 사람들입니까? 아니면 감정을 안보는 아저씨? 도대체 누구인데요?"


신은 어리둥절한 내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유리는 제 채널에 구독자층이 어떤줄 아십니까?"


한번도 생각치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신의 채널에 구독자 층은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니깐.


"30대,40대 남자가 99%입니다. 99%가 뭘 의미하는 줄은 아시나요?"


신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그의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저는 영상을 하나 찍더라도 중장년의 남성분에게 대하듯이 말을 하고 있어요. 이 정보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이것 딱 한가지만 기억을 한다는 것이죠.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배설하듯 쏟아내는 콘텐츠에 과연 누가 응답해야 하나요? 댓글은 누가 달죠? 그건 마치 하늘에 대고 총을 쏘면서 새가 맞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요? 이게 자유리가 꼭 질문해야 할 첫번째 입니다."




신은 내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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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입니다. 자유리가 올리는 영상은 유료로 팔수있는 정보인가요?"





나는 그의 말에 묘한 반박심이 올라왔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콘텐츠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내 역린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 썩 편하지만은 않았다.


"제말이 조금 불편하신가보죠?"


나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은채, 신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제 이야기를 오해하지 마세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자유리의 유튜브를 보면 어떤 단계를 설정해놓은것 같아요. 적당히 주고, 더 깊은 내용은 가리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단계설정은 중요하잖아요. 적당한 정보를 주고, 깊은 정보는 구매행위 이후에 주는게 이상한 건 아니지않습니까?"


"자 우리 이제 조금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자유리가 생각하는 콘텐츠 마케팅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정도는 저도 생각해봤습니다. 나를 알리는 수단으로 콘텐츠를 활용한다 아닙니까?"


"네. 물론 알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 맞습니다. 틀린거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초석이 되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뭔데요?"


"바로 빚을 준다는 것입니다."


"빚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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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고급정보를 마구 뿌려줘도 되는건가? 싶을정도의 빚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걸 위해서는 자유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고급정보 즉 유료정보를 그들에게 먼저 공유해야 하지요. 정말 값진 영상, 더 진심이 들어가는 영상이 필요한 이유인거지요."


"그렇지만 그러면 제가 가진 밑천이 다 드러내는 것 아닙니까? "


"물론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자유리. 한번 지금 시대를 돌아보세요. 본인은 요즘 시대가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말이죠. 정보가 없어서 못 사는 시대가 아닙니다. 정보가 넘쳐 흘러 사람들이 뭐가 중요한지를 모르는 시대에요. 지금은 누가 정보를 주는지가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것. 그걸 구축하는 게 중요한 시대란 말입니다. 결국 이런 시대에 내가 가진 정보를 지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반대로 가는 행동인거죠. 자유리는 지금부터 목숨걸고 내가 가진 정보를 뿌려야 합니다. 고급정보는 이제 내가 조금만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시대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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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영상을 잘 만들려고 하면, 또 뭔가 각을 세우게 되지 않겠습니까?"


"네. 좋은 질문입니다. 물론 좋은 영상과콘텐츠를 줘서 상대에게 빚을 주는 느낌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하죠. 무조건 올리는 것이 습관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그때는 영상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선 올려보는 과정을 최소 6개월 이상 진행하다보면 서서히 나의 영상 방향성이 잡혀가게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자유리의 이 타이밍을 지금껏 기다린것이죠."



신의 이야기는 더 이상 반박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나도 지난 6개월 반응이 없는 그 시간이 내게 주는 의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의 시선이 없었다면, 나는 퍽이나 꾸준히도 무언가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이나 아이디어들이 쌓여가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성과를 뺀 나머지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 이제 자유리에게 마지막 질문을 드리죠?"

"저는 이 질문이 유튜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그 질문이 무엇인가요?"


"네. 바로 드리지요."


뜸들이지 않고, 그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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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자유리는 어떤 사람입니까? "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저는 저이죠. 지금 신 앞에 있는 나 이잖아요."


"제 이야기는 그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영상에서.

영상에서 자유리는.. 이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세요."


순간 머릿속에 어떤 단어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혹시 케릭터를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신은 그제서야 자신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제자에게 처음으로 여유로운 미소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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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케릭터에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한다보다, 어떤 지식을 준다는 것 보다, 한가지 더 위에 있는 개념이 바로 케릭터입니다. 최근 '펭수'라는 케릭터가 책을 출판했는데 하루에 2만여권의 가까운 책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펭귄케릭터 하나가 출판시장을 아주 뒤엎어버렸지요. 이모티콘 시장에서도 펭수의 힘은 엄청나요. 그의 모습을 딴 이모티콘은 출시즉시 1개월간 연령층에 상관없이 부동의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모티콘은 연령층에 영향을 많이 받는 카테고리인데, 케릭터성이 강한 펭수는 어떤 연령층에도 무관하게 영향력을 발휘하죠. 이런게 바로 케릭터의 힘이지요."


"그럼 케릭터는 어떻게 잡아가면 되는건데요?"


"무언가를 반복하면 됩니다."


"반복이라고요?"


"네. 어떤 말을 반복해도 좋아요. 예를 들어 인사를 할때 얼굴을 귀엽게 찌프리면서 독특하게 한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말하면서 행동은 반하게 한다거나 등등 일종의 상징을 반복하는 행동을 하면 케릭터는 구성되는 법입니다. "


신의 말에 문득 궁금증이 올라왔고, 나는 지체없이 그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신은 어떤 케릭터이죠?"


이 질문에 신은 잠시 대답을 이어가지 않았고. 이내 약간 씁쓸해보이는 얼굴을 지었다가 숨겨버렸다.

나는 신의 익숙치 않은 얼굴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최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수염을 기른 딱딱한 어른의 얼굴에 묵직한듯 깔려있는 저음 목소리의 케릭터를 구축하다보니, 정말 30-40대의 남성들만 따라오더군요. 제가 생각한 이미지의 힘은 생각보다 더 강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구축된 케릭터를 변화시켜보려고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한번 잡힌 이미지의 힘은 성곽 끝에 걸려있는 벽돌에 파묻힌 깃발처럼 굳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없이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심볼이 되어버렸지요."


"하지만 신에게는 그 분들이 고객이고 타켓이지 않은가요?"


"제 이미지가 제 일에는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래도 자유리는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스스로의 케릭터 성을 고민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이야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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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만능이라 여기는 사람이 스스로의 케릭터성에서 이런 얼굴을 가질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만큼 케릭터성이 가지는 힘은 상상초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리. 축하드려요. 이제 다음 단계로 올라가실거에요. 제가 오늘 드린 질문을 잘 고민해보세요. 분명 길이 존재할 겁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신의 마지막 말을 떠올려본다.

너무 많은 숙제와 질문이 들어왔지만, 한편으론 이상할만큼 무언가 명료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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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튜브의 본질은 무조건 찍어올리는 게 맞았다.

다만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줄 지에 대한 고민을 할때가 온것이었다.

만약 내가 6개월전 이렇게 영상 조차 제작하지 않았을때, 신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신은 분명 내게 어떤 조언도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는 100개가 넘는 나의 영상을 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내가 답답해지는 이 순간을 기다리면서 다음으로 걸어갈 길을 제안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때론 누군가가 압박적일만큼 밀려오는 조언질 자체가 폭력적으로 느껴질때가 있다.

하지만 신은 나의 성장을 묵묵하게 기다려주며, 내가 다음으로 아장아장 걸어갈 수 있게 바라보는 엄마의 기다림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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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서 한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조회수 21만회에 달하는 영상에는 신이 말한 세가지가 모두 담겨져있었다.


얼굴을 찌프리는 독특한 인사와 함께 시작된 방송에는 그녀가 전달하는 모든 정보가 기존에 유료였던 내용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남친과 대화하듯이 시청자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왠지 한껏 풀리지 않은채, 굳게 닫힌 비밀번호를 홀로 풀어버린

카타르시스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속으로 이런 다짐을 해본다.


나도 그들에게 속삮여 볼 것을.

이제껏 쏘아올린 하늘위에 총구를 이제 오직 그대들에게만 겨냥할 것임을.

총알이 쏘아올리듯 내 마음도 함께 보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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