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비법서
날이 추워진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코끝에서 부터 느껴지는 요즘이다.
솔직히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풍족하지 못했던 유년시기, 방학동의 단칸방의 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매년 겨울이 올때면 안방에서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했다.
"요번 겨울은 또 어떻게 보내나.."
그때, 엄마 얼굴에 검은 밧줄이 둘러쌓여 있었다.
언제나 풀리지 않은 근심으로 가득찬 밧줄이..
어린 나는 그 밧줄을 보면서 엄마의 풀릴것 같지 않은 곬을 풀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알수없는 무기력감이 밀려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이 맘 때가 오면, 문득 그때가 생각이 난다.
"자유리 오늘 얼굴이 좀 무거워보여요. 무슨일 있나요?"
한참 멍을 때리고 있는데, 신이 내게 말을 건냈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신이 지금 말을 건내지 않았다면,
나는 과거의 어디쯤에서 결코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고.
"신.. 저는요. 콘텐츠로 꼭 성공하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신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보죠?"
맞다. 나는 오늘 그와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넋두리 담긴 내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고 싶었다.
"네. 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그럼 편하게 이야기 해보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나는 머릿속으로 그 다음 대화를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대로 떠들고 싶었다.
"사업을 하게 된 것은 분명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였어요. 엄마에게는 꼭 보여드리고 싶었죠. 아들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엄마가 끝끝내 풀지 못했던, 평생의 한. 그 가난의 고리를 아들이 꼭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업하시면서 어느정도 돈을 벌지 않으셨어요?"
"네. 사업을 하니. 돈이 벌리더군요. 하지만 돈이 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사업은 정말 생각처럼 쉽지 않았거든요. 매달 고정지출을 맞춰야 된다는 그 압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거에요. 내 심적인 여유를 다 갉아먹은뒤 또 다른 무엇을 원하죠. 저는 제가 벌려 놓은 일을 처리하며, 매일매일이 급급한 상황이었어요."
"이상과 현실은 진짜 큰 차이가 있었지요. 정기적인 세금이 빠지고, 급여, 유지비, 관리비, 부채가 빠지고, 또 재투자를 멈추면 안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의 삶을 살게 되었어요. 그 삶의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었는 줄 아세요?"
신은 나의 대답을 기다리듯, 재촉하며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양치기 소년이 서 있더라구요"
"양치기 소년이요? 동화속 양치기 소년 말인가요?"
"네. 맞아요. 사업을 해보니 당연히 가족은 뒷전이 되더군요. 저는 어머니에게 같은 약속을 계속 남발해야만 했죠. 올해가 가기전에 좋은데 데려가줄게. 엄마 잘 될거야. 잘되면, 우리 그때 꼭 여행갈게.
시간이 흐르자 엄마는 나의 약속을 들으며, 같은 표정을 지었죠.
하지만 저는 알았어요. 엄마는 더 이상 제 약속을 믿지 않고 계신다는 것을 말이죠."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처음 신이 제게 했던 질문이 떠올라요.
본인은 왜 콘텐츠를 만드냐고.. 기억하시나요?"
"네. 기억하죠. 그땐 자유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마음에 질문을 드렸죠."
"네. 한참을 곰곰히 생각해보았어요. 그리고 제가 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제 좀 알것 같아요. 신. 저는 양치기 소년이 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업에 내 인생을 걸며, 지키지도 못한 약속을 저는 참 많이 하면서 살아왔어요.
그리곤 알았죠. 돈도, 기술도, 학력도 변변찮은 제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사람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콘텐츠라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신을 따라 지금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거에요."
내 착각은 아니었다. 분명 신의 눈에 순간 섬광이 가득차 보였다.
"자유리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울컥해지네요. 사실 저는 요즘 많은 기업에 마케팅을 기획해주고, 그들의 콘텐츠를 제작해주고 있어요. 그들 대부분 제가 이야기하는 콘텐츠 마케팅에 동의한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정작 저와 작업이 진행이 되면,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냅니다.
"이번에는 바로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온몸으로 이야기하며 말이죠.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라 이야기했다.
"저는 정말 그 마음 이해가 되어요. 조급한 상황에 있다보면, 시야가 정말 좁아지거든요."
"그렇죠. 마치 과거의 자유리 같죠. 한 템포 쉬지 못해서 언제나 허덕이며, 빠른 성과만을 외치는 모습.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에게 지금이 아닌 나중만을 약속해야 하는 양치기가 되어버리죠. 그런다고 사업적으로도 크게 행복하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저는 그저 지금 자유리의 마음이 그분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겨울바람이 다시 차갑게 불었다.
내 귀가 얼어터질 듯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나에게 되내였다.
나는 힘을 키우고 싶어.
이제 어디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은 사람은 지금 볼 수도 있고,
보기 싫은 이는 더는 안봐도 되는 그런 삶을 살거야.
바뻐서 약속만 남발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겠어.
생각이 멈추자 나는 핸드폰을 꺼내고 전화를 건다.
"엄마. 우리 여행갈래요?"
꿈을 실현해야 하는 순간은 '나중이' 아닌 '지금'이다.
나는 콘텐츠로 어디에서도 일 할 수 있기에, 더 이상 거짓된 약속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게 바로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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