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경쟁의 시대.

크리에이터 비법서

by 작가 자유리
바야흐로 경쟁의 시대가 왔습니다.



상식이다. 무미건조한 상식.

상식이 되었다는 것은 언어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

'경쟁'이라는 단어는 단두대 앞에서 처형을 받은지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붉은피가 뒤덮은 그곳, 그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는 것 조차 우린 깔끔히 적응해버렸다.

인류는 그렇게 이 곳까지 왔다. 성장에 성장을 더 한 적응력으로 지금까지를 버터온 것이다.


지금은 경쟁의 시대가 아니다. 초경쟁의 시대이다.


초경쟁..


문득 나는 이 낯선 말을 들었던 그 때가 기억이 난다.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2.16.png




"아니 그러니깐. 제품을 가지고 판매를 하는 건데, 그게 뭐가 이렇게 복잡합니까?

우리 제품이 좋으면 다 된거지. 거기에 더 뭐가 필요하다는 거요?"


희끗해진 세치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갈색톤의 얇은 머리에 삐죽한 턱이 대화를 하면서 계속해서 내 눈에 밟힌다. 찢어진 눈매는 그가 지금 껏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검은 주름이 눈 밑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콧대가 뾰족한 그 얼굴은 마치 피노키오의 늙은 모습처럼 보였다. 깍 마른듯 붙은 얼굴에 색조 담긴 어색한 표정이 뭔가 조화를 이루는 듯 하지만 어색한 형태를 보였다.


"실력있는 분이라 들었는데. 제가 잘못들은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신에게 던지는 그의 말 속에는 날카로운 뼈를 담고 있다.

이야기가 끝나고 그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습관처럼 쳐다보는 스마트폰의 빈 화면에는 허공을 향한 듯 허무한 손짓만이 남을 뿐이었다.


"지금껏 해오신 방식. 그대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합니다."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3.05.png



신은 날카로운 상황을 담아 그에게 이야기 했다.


"사장님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줄어드는 매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찾아오신것 아닌가요? 매번 그렇게 쏟아붓는 광고비와 적자에 허덕이시면서,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앞에서 왜 예민해지시는 건가요?"

신은 애둘러 돌아가지 않는다. 언제나 그는 바로 정곡을 향해 갈 뿐이었다.

어디 하나에도 채울 점하나 남지 않은 시꺼먼 종이를 내민 것이다.

그에 손에는 분명 펜조차 들려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뒤, 그에게서 애둘러 몇마디가 흘러나온다.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3.39.png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왜 광고에 돈을 쓰지 말라는 건가요?"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고객은 더 이상 광고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대 sns사용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피드가 무엇인줄 아시나요? 바로 sponsored가 달린 피드입니다. 광고라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관심 대신 작은 증오를 보냅니다. 그 제품이 좋은지 안 좋은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말이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은 사람들의 부정의 마음이 그렇게 쌓여가는 것이지요."


"나참.. 그러면 고객이 우리 제품을 무슨 수로 알 수 있는데요?

당신은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면서, 광고에는 돈 쓰지 말라는 그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거요?"


사업가의 눈매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원망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업이 풀리지 않는 모든 원인을 신에게만 돌리는 형상이었다.



신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한참이나 사색에 빠져있는 듯 느껴졌다.

그리고 조심 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4.11.png




"이해가 안되실겁니다. 분명 그렇겠지요. 쓴 만큼 돈이 들어오던 과거의 패러다임이 어느정도는 먹혔을테니깐요. 하지만 이젠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뿌리면 씨앗이 발화되던 그 좋은 토양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말이에요. 이해되시나요? 이제는 아스팔트에 씨를 뿌리는 꼴이 될 겁니다."


"그럼 무슨 방법이 먹히는데요? 그 정도로 치열한 상황에서 돈도 쓰지 말고, 투자도 안하는게 더 맞다는게 상식이 됩니까?"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4.34.png



분위기가 점점 험해진다. 철저히 제3자의 나는 이 공간에서 그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어느정도의 침묵을 깨고 신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지금은 초경쟁 시대입니다. 경쟁의 시대가 아니에요."


나와 사장은 어디에 중점을 둘지 몰라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다.


"초경쟁 그런게 뭐요? 난 잘 모르겠다만. 그건 뭐 누구랑 경쟁도 안하나요?"


"아니요. 초경쟁도 경쟁을 어마어마하게 하죠."


기다렸다는 듯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사장을 성급하게 말을 꺼낸다.

"그 보시오. 결국에는 다 경쟁 아니요."


"아니요. 초경쟁은 경쟁상대가 바로 사장님 당신 입니다."


"뭐요?"


말장난 같은 신의 반응에 그의 동공은 초조한 흔들림이 보였다.

신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KakaoTalk_Photo_2020-01-21-00-26-56.jpeg






"왜 그런줄 아시나요? 광고효율은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죠. 사람들은 인지적 구두쇠가 되어요. 안그래도 매일 정보가 넘치는 와중에 광고까지 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상품이요? 제품 차별화는 넘칩니다. 사장님의 상품이 아무리 좋다 한들 널리고 좋은것들이 쌔고 쌧습니다.. 혹시라도 그들이 사장님의 제품을 구매했다치자구요. 조금이라도 제품이 마음에 안든다면, 제품의 리뷰는 융단폭격 맞은것처럼 처참하기만 할 겁니다. 리뷰를 중시하는 요즘 구매자들에게는 그건 사망선고와 같은 겁니다. 끝인거죠."


"이런 상황에 무턱대고 이것이 최곱니다. 라는건 말이죠. 정보가 넘치는 소비자에게는 광고가 아닌 폭력이 될 뿐 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강한 이야기였지만 신은 특유의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사장은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자신이 부탁해서 만난 사람이긴 했으나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니 그에게는 더 이상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신이 자기가 고용한 마케터 중에 한명이라 어림직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이 사나이는 마케터가 아니었다. 기업의 존속 그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대 주주가 서 있었다."




"광고가 아닌 유익하거나 재밌는 정보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사장님의 스토리가 담겨져 있는 제품이라면 무슨 느낌일까요?

조금 돌아가는 기분이 들더라도, 지금부터 그들이 원하는 목소리에 소통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5.23.png




오랫동안 이야기를 듣던 사장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이야기를 마친뒤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그건 어떤 특정 제품이나 그런곳에나 적용되는 이야기겠지요.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순간도 견디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해주신 이야기는 감사히 생각해보죠. 그럼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서둘러 그가 자리를 떠난 뒤, 식지 않은 커피 한잔만이 홀연히 연기를 내고 있었다.

그 연기가 이 방을 꽉채워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가슴 끝에서부터 답답한 무언가가 끊임없이 끌어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괜찮으신가요?"

나는 걱정어린 시선으로 신을 보았다.


"뭐가 말인가요?"

신은 짧게 말했지만, 그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나아갈 길이 엄청 멀게 느껴지네요.."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6.03.png




"자유리. 그렇지 않아요. 저 분에게는 이 상황이 어쩌면 더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분명 급한것도 중요한 거니깐요. 다만 오늘의 이야기로 조금이라도 그 분이 한번 더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그런데 신.. 대화를 듣던중에 저 한가지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무엇인가요? 자유리."


"아까 초경쟁은 나와 경쟁을 하는 것이라 했는데 그게 잘 이해가 안되어서요."


"아. 그것말이군요. 초경쟁은 경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자유리는 창의적이다라는 것에 대해 어떤 정의를 가지고 계시나요?"


"창의적이라.. 글쎄요. 저는 창의는 무언가를 새롭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네 경쟁 시대에는 창의는 새로운 무엇이었지요.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나타난것처럼 천지를 개벽하는 일이죠. 그런데 초경쟁 시대의 창의의 의미는 조금 달라집니다."


"그럼 초경쟁에서 창의는 무엇인데요?"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7.37.png




"연결과 파괴의 반복이죠. 이미 모든 것들이 발견된 지금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은 반드시 그것을 다시 파괴해야 하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이런 과정의 반복이 바로 초경쟁 속 창의와 생성입니다."


"이 연결과 파괴를 이끌어가는 과정은 필수적으로 고통을 수반합니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현재 이 고통을 이겨낼 재량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기업가들을 만나지만 아주 소수만이 지금의 변화를 눈치챌 뿐이지요. 그래서 콘텐츠 마케팅은 대기업도 쉽게 접근하지를 못하지요. 무언가를 많이 가질수록 그것을 파괴하는 일은 더욱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나는 신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사색에 잠겼다.

우린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찻잔에 식어버린 커피는 검은 사약처럼 보였다.

나는 그곳의 어느 부분을 퍽이나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스크린샷 2020-01-21 오후 11.18.24.png



무더운 여름이 끝나가고, 여름밤이 밀려오면, 때 늦은 매미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그리고 이내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매미는 도시가 쏘는 인공빛에 속아 지금을 뜨거운 낮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인공의 전등빛이 그를 비주차 그는 그 자극에 그저 열심히 반응을 했다.

얼마남지 않은 여름의 끝을.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끗하게 알지 못한 매미는 계속해서 인공빛에 속아 울어대고 있을뿐이었다.


나는 왠지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커피숍을 나오며 신이 내게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자유리. 지금이 어쩌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오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이었는지 모르겠네요."


그의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 나는 매미이다. 여름을 향해 울리는 매미. 그러나 나는 가을이 오는 것을 기억하리라.

열매와 과실을 맺는 그 계절은 반드시 내게 온다.








구독과 좋아요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브런치 구독을 하신다면,

제가 쓰는 글을 더 빠르고 많이 공유받을 수도 있어요.


콘텐츠만으로 광고없이 10억을 번 남자의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카페링크를 확인해보세요.

https://cafe.naver.com/saraminedu?iframe_url=/ArticleRead.nhn%3Fclubid=23530923%26page=1%26menuid=37%26boardtype=L%26articleid=773%26referrerAllArticles=false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oonganlab.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양치기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