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비 족

혹시 지옥에서 오셨나요?

by 작가 자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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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ri, 출처 Unsplash





"오늘 뭐 먹을까요? 어디로 갈까요?"
"아무렇게나 좋아요.뭐 크게 상관없습니다. 좋으실대로 하세요."


쉽게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가게에 들어가서 잘 차려진 메뉴판을 보면서

사람들이 고르는 순서가 다가올때, 그들 부류의 얼굴은 초조함을 가릴 길이 없다.

애석하게 메뉴판에는 '아무거나'가 존재하지 않는다.



"뭐 그냥 아무거나 시켜주세요."



오늘도 그들은 이렇게 결정을 유예한다.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판단을 내리는 것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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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ymeraki, 출처 Unsplash





하지만 판단보다 더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괴로운 시간은

결정을 짓는 순간보다 여명처럼 비춰지는 기로 한가운데 서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판단이 들어가기전에 기로속에서 인간은 큰 괴로움을 겪는다.

결정되지 않은 상황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정답을 찾지만,

정답없는 정적속의 불안감이 그를 엄습하는 것을 막을 재간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판단을 타인에게 전이하거나 유보하는 방법을 착안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판단뒤에는 가려진 천개를 풀어헤치면 나오는 한 단어의 존재감 때문이렸다.



바로 '책임'이라는 무겁고도 어두운 단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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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liejens, 출처 Unsplash







지옥에서 살다가 온 이들에게 책임은 너무 버겁기만 한 대상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스스로 책임지라는 말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지며,

어디든 이 상황을 피할 수 있기만을 간절하게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교묘하게 우리 곁에서 나의 판단질을 재촉한다.

그리고 마치 나를 보며 이런 식으로 대화하듯이 온몸으로 읊조리고 있다.


'어서 결정을 내려줘. 너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나는 따를수 있어.'


나는 결정장애를 가진 이들을 메이비(maybe)족 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그들은 한결같이 결정앞에서 메이비를 외친다.





때론 많은 이들이 메이비족은 순하고 착해서 결정을 못하는 것이라고만 이야기한다.

왜냐면 얼핏보기에 그들은 나에게 무척이나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순응하는 이들이 어찌 지옥에서 온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사실 이 순응은 그들의 이기심을 기반으로만 지탱 할 수 있는 나약한 토대에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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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e_dumlao, 출처 Unsplash







지옥에서 온 이들은 나의 판단미스를 기다린다.

때론 이들은 교묘하게 나의 판단질을 재촉하지만, 어의없게도 그 판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으로 온 모든 파행을 나에게 뒤짚어 씌우며, 스스로를 안위한다.

생물학적으로 보았을때 냉정하게 말해, 우리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애써 반대를 외쳐봤자 돌아오는 것은 잘못된 결과에 대한 파상된 분쟁과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뿐이니깐.

이들은 이 패턴을 세밀하게 알고 있다.






자존감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그들에게서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밀려온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하면서도 동시에 책임감을 피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점이 바로 '선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포기한 선택의 무게는 당연히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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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monwijers, 출처 Pixabay







'나는 당신과 반대하지 않았으니, 당신이 책임을 쥐어주세요. 그리고 나를 더 인정해주세요.'

지옥에서 온 이들의 가면은 워낙 정교해서 나는 착해보이기만 이들의 앞에서 큰 혼란에 빠져버린다.



이들의 본색은 식사를 고르는 등의 일상의 작은 문제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삶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거나, 무언가 같이 일을 처리해야 할때 이들은 자신의 본색을 어김없이 드러내며,중요한 업무마저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않는다. 위기의 상황 속 가장 먼저 스스로의 몸을 사리면서

그들은 자신만을 바라보는 이기심의 이빨을 드러낸다.



주의해야 한다.

이들을 대할때, 당신이 유념해야 될 것이 있다.

작은 선택을 못하는 이들에게서 선택을 도우지 말라는 것이다.

한번 두번의 결정을 도와주기 시작하면,

그들은 중요한 결정과 고비때마다 당신의 책임감을 대여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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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teka, 출처 Unsplash






메이비 족을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큰 손해가 나지 않은 결정에 대해서

스스로가 선택해볼 수 있게 두는 것이다.


잊지마라.

조금씩 가져가던 당신의 선택이

어느날 큰 책임감으로 당신을 옥죄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들은 분명 지옥에서 살다온 사람들이다.






#지옥 #에서 #온사람 #티가 #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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