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고 행복하게 돈을 버는 콘텐츠 사업이야기 (크리에이터 비법서)
"이거 제가 어디서 분명 들은 내용인것 같은데요"
차가운 얼굴로 비수를 꽂은 그녀는 표정하나 변함없이 내게 이야기를 했다.
"이거 분명 제가 00협회에서 들은 내용하고 꼭 같은데요. 어떻게 된 것이죠?"
그녀의 질문 앞에서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래..일상의 변화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 그 작은 것이 모인 변화의 실체가 내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나가고 있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단치 않았다. 그를 처음 만났던 겨울은 봄에게 처참하게 졌다. 봄은 뜨거운 여름에게 진다. 여름은 서늘한 가을에게 흰수건을 링에 던졌고, 가을은 차가운 겨울 앞에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패배를 담았다.
자연은 항상 그렇게 변화에 앞서 인간에게 패배를 먼저 알려주었다.
나에게는 신을 만난 이후가 내 일상의 패배의 연속이었다.
바쁘게 식사하던 시간은 사라졌고,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강박은 점점 더 자유로워졌다.
사업의 고정비는 계속 줄어졌고, 마음의 여유는 적응이 안될 정도로 채워졌다.
온라인으로 글 하나 올린 적 없었던 내가 이제는 영상 편집을 하고, 글을 적고, 카페를 관리하고 소통하며 온라인 자동화를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정도면 내게 믿을 수 없는 계절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또 다른 계절이 내게 훌쩍 다가오고 있음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 나는 또 한번 그렇게 계절의 흐름을 놓쳐버린것 같았다.
"..글쎄요. 제가 좀 혼동이 왔나 봅니다.."
당황스러움이 밀려오며 말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등에는 식은 땀이 흘렀고, 마음은 초조해진다.
나는 분명 00협회에서 들은 내용임을 알았다. 낭패다. 창피함이 밀려오며 얼굴에 붉은 열이 오른다. 내가 배운 내용이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전해짐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고객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진다.
어떻게 끝났는지를 모를 시간이 흘렀다.
어떤 누구든 만나고 나면, 내 마음 속에 어떤 불편함이 밀려올때가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그 일이었는데 어쩌면 오늘 나는 그 근원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신은 책상위의 노랗게 핀 꽃을 보고 있었다. 그는 꽃이 되어 세상을 한참 바라보듯 그렇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차가운 표정의 고객이 나가자, 신은 그녀를 보았고, 이내 문 밖으로 걸어나오는 나를 교차하며 바라보고 있다.
"저 여성분. 00협회에 계신 분 아닙니까?"
"네 맞아요."
"오랜만에 뵙는데, 자유리를 찾아왔군요."
"네. 근데 화 만 실컷내고 가셨네요."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채. 나는 말을 했다.
"화요? 왜 화를 내셨지요?"
"사실 제가 00협회에서 배운 내용을 좀 이야기했다고.. 그렇게 화를 내시더군요.."
"..출처를 이야기 하셨나요?"
"뭐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라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자유리. 지금 엄청난 실수를 하셨군요."
냉소적이고 차가운 그의 말투에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으려 했다.
"그게 무슨 소리이죠? 저는 그냥 벤치마킹 한겁니다.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내가 내 돈 내고 배운 것이잖아요."
순간 꽃을 보는 눈이 얼음처럼 변했다.
"벤치마킹이 무엇인데요?"
"뭐..잘 하는 것 좀 배우는 것 아닙니까?"
"정말 그럴까요? 그건 그냥 '카피'아닙니까?"
".."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가까운 동족업을 벤치마킹 하는 일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비수를 꽂지요. 이건 비단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금만 사람들이 좋아한다 싶으면 누구든 달려들어 베끼고, 처음부터 자기것인것 마냥 행동을 하지요. 아닙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거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미 다 베껴가고 있는데, 나라고 부처처럼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신은 다리를 꼬며 안 들릴정도의 작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자유리.. 요즘 교육시장이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글쎄요.."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 지도 모르면서 마냥 조금 다른 것들을 서로 복사 붙여넣기만 하니 저급한 벤치마킹이 넘쳐나고, 정보의 질 자체에 차이가 없으니, 모두 다 같이 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연코 교육 시장만의 문제가 아닐겁니다. 콘텐츠분야, 사업분야도 매 한가지입니다."
신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무언가의 아픈일이 떠오른듯, 괴로운 표정으로 이내 말을 이어갔다.
"자유리. 자유리가 고생해서 비즈니스 체계를 완성했는데, 다른 젊은 사람이 내게 수업을 듣고 그것을 출처없이 똑같이 흉내낸다면 자유리는 어떤 기분이 드실것 같아요?
'아. 정말 잘 하셨습니다. 대단합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 하실 수 있습니까?"
"..그건..아니죠..그건 상도덕이 어긋났잖아요."
"그런데 참 웃기지요. 자유리도 지금 그렇게 하고 계신거잖아요. 자신도 똑같이 흉내를 내고, 흉내를 낸 이를 똑같이 흉내내는 또 다른 누군가가 생기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 그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그의 눈빛을 보고 알았다. 그는 지금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한된 범위 안에 수많은 복제품이 양상되겠지요. 결국 소비자들은 그들을 싸잡아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일들이 우리에게 너무 흔한 일상이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까?"
"그러면 벤치마킹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1등 한 그들도 다 누군가를 베껴서 그 자리에 온것 아닌가요?"
"네 그렇지요. 하지만 그들이 자유리처럼 그저 똑같이 흉내를 냈다면 그들도 결코 1등이 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들은 벤치마킹을 할때 분명 다르게 합니다. 자유리도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신은 항상 의중이 담긴 이야기를 많이했다. 그래서 숫자를 붙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확실함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벤치마킹에는 그에게서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는 내가 이것을 꼭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였다.
"올바른 벤치마킹은 동종업이 아닌 다른 직종의 1등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국내가 아닌 해외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부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용하는 사람이 미용업만 만나고, 교육하는 분들이 교육하는 사람만 만나죠. 그건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아요. 분명 나와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속에서 우리는 해답에 더 가까워 지는 법이에요."
"분야가 완전히 다른 것인데도 상관이 없나요?"
"분야가 완전히 다를수록 고객은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지요. 자기계발을 하는 콘텐츠 사업이 자기계발이 아닌 개그 콘텐츠 소재에서 벤치마킹을 한다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예술에 대한 콘텐츠를 응용한다면 얼마나 재밌는 콘텐츠가 나오겠습니까? 이것은 정말 무긍무진한 벤치마킹의 길이 열리는 방법이 됩니다."
"흠.. 다른 업에서 벤치마킹 할 것을 찾아라..이 말인가요?"
"네 저도 그래서 항상 트렌디한 곳을 검색하는 것을 습관으로 합니다. 거기에는 무긍무진한 벤치마킹거리가 많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콘텐츠 벤치마킹이 되면서 말이죠."
"그럼 두번째는 무엇입니까?"
"어떤 벤치마킹을 해도 결국 나의 장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나의 장점이요?"
"네. 무조건 남을 따라하는 것이 벤치마킹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흉내를 내더라도, 나의 사업과의 차이점을 이해하면서 내가 살릴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이고, 초심이 무엇이며, 끝까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심을 잡는 것이지요. 이것을 놓치면 정작 콘텐츠나 사업이 융성되어도 길을 잃기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벤치마킹이라는 것은 결국 나를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말입니까?"
"네. 맞아요. 남이 아닌 나를 세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1등을 쫒지 말고, 다른 분야에 눈을 떠야하며, 국내가 아닌 해외로 넓게 봐야 합니다. 그런과정에서 자기가 어떻게 벤치마킹 하는지에 대한 출처도 명확하게 밝히는 것입니다. 그래야 둘 간의 차이가 더 명확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렇군요.. 저는 그냥 따라하는 것이 최고의 배우는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저의 이기적인 생각이었네요. 출처를 알리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더 넓게 시야를 높여 봐야겠습니다. 당장 그 분에게 사과전화라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신은 내 이야기를 듣고 안심이 된 듯 이내 다시 노란 그 꽃을 보았다.
그를 보며 문득 옛날의 추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하교길. 오래된 큰 벽을 손바닥으로 비벼가며 걸었던 적이 있었다.
이상할 만큼 손에 더러운 것이 묻는것이 싫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벽의 오돌돌하게 올라온 촉감이 기분이 좋아져, 나는 그 골목길로 자주 벽을 쓰다듬으며 다니곤 했다. 단단한 그때의 벽면이 이상할만큼 나는 참 좋았다.
꽃을 보고 있는 신을 보니 내가 왜 그 벽을 좋아했는지 알았다.
단단하게 내 곁을 세워주는 그 벽이 나는 편안하게 느꼈다.
그리고 내 눈 앞에 그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 같다.
충분히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에서도 멀리 다음을 내다보는 그의 혜안에 나는 다시금 멈춰설 수 있는 용기를 기억해낸다.
'그래. 용기는 빨리 가는 것만이 아니고,
갈 수 있음에도 멈춰설 수 있는 힘이 었구나.'
올바른 벤치마킹을 깨우치며,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계절을 흘려 보낼 준비를 한다.
(매주 화요일 (혹은 주말에도) 업데이트가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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