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쌓인 콘텐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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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거리는 다리에 촛점 없는 두눈이 일렁거린다. 시컴해진 두 발바닥은 바닥을 해치고 다니느라 상처가 골아터져 핏투성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슴속에 슬렁거리는 짐승의 소리가 밤 하늘의 달빛이 무색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반복해 내고 있다.
그렇게 걷고 또 헤맨다. 킁킁거리며 피 냄새를 찾으며, 죽었지만 죽지 못한 그들이 이 거리를 활보 중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나무 문고리 하나 붙잡고 그곳에 기대어 숨을 죽이며, 그들이 부디 지나가기만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낭패다. 애석하게 그 짐승의 소리를 내는 사나이들은 지나갈 생각이 없나보다.
남자 주인공의 얼굴에 땀이 흐르고, 얼굴색이 창백해진다.
숨막히는 그 상황에 나도 모르게 빠져버렸다.
계속해서 콘텐츠를 보면서도 그 다음을 보고 싶은 갈망이 이어진다.
'이거 정말 꿀잼인데..'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나갈때쯤 문득 가슴 한켠에 어둠을 한 방울 담은 질문이 스쳐 지나간다.
"근데.. 나는 왜 이렇게 콘텐츠를 재밌게 만들지 못하는 걸까?"
"나도 이렇게 타고나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질문은 이내 다른 질문에 꼬리를 이어 나를 더 작게만 하려 한다. 나는 이내 기분이 나빠져 티비를 꺼 버린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참 많다.
몸을 다해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도 있고, 말 주변이 뛰어난 사람, 머리가 똑똑해서 아는 것을 말하는 사람, 생각이 기발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 편집이 끝내주는 사람등등..
유튜브를 열어보면, 가득찬 빛깔의 향연이 마치 축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이도 있었다.
찬란한 빛깔 속 회색 빛 풍겨 나는 초라한 단색의 것이 문득 내 눈에 들어와 가슴을 찌른다.
내가 올린 콘텐츠는 왜 이토록 빛깔 없는 무색함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재미도 없어보이고, 작아보이는 내 자아상이 콘텐츠에 자꾸만 비추어 계속 계속 올라온다.
신을 만나기 위해 온 카페의 노랫소리가 오늘따라 더 구슬프게만 퍼져 흐르는 것 같다.
이내 곧 신이 도착한다. 언제나 그랬듯, 편안한 차림에 물 흘러가는 듯 편안한 그의 얼굴.
자리에 앉은 그는 평소에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자마자, 자리에 앉아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아무런 말하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이내 나는 그에게 침묵을 깨기위한 화해의 행동을 취하듯 말을 꺼낸다.
"신..저는 콘텐츠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요?"
"그거에요?"
"네?"
"자유리 표정이 이토록 슬픈 이유가 그거냐구요?"
약간 쏘아붓는 듯한 그의 대답에 묘한 거슬림이 느껴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너무 뛰어난 분들이 많고 그러니 저는 유독 더 작게 느껴집니다."
신은 나의 말을 듣고 한 동안 침묵을 지킨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것이 있는듯한 표정이었지만, 나를 위해 그 공간을 여백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자유리. 초보들이 자전거 탈때, 몸에 어디가 제일 아픈 줄 아십니까?"
"글쎄요. 뭐 엉덩이 아닙니까?"
"엉덩이가 아니라 바로 '어깨'랍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전혀 생각치도 못한 계속된 질문에 나는 대답을 피할 수 없었다.
"글쎄요. 몸에 힘이 들어가서?"
"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선을 가까이에만 두기 때문입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시선을 멀리 안두니깐요. 초보들은 항상 시선을 앞에만 두어 어깨에 힘이 들어가죠. 방향을 바꿀때 마다, 힘이 들어가야 하니깐요. 시선을 멀리두면 몸은 알아서 따라오는 법인데, 그걸 잘 모르는거죠."
"그럼 제 시선이 좁혀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고 싶은 건가요?"
불편한 마음이 계속 올라와 나도 모르게 속에 담긴 마음을 쏟아낸다.
신은 나를 또 지그시 바라본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술수'만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법입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술'이 아니에요. '도'입니다. '도력'이라구요."
"네? '도'요? '도'를 아십니까?의 그 '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갑자기 낯선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하지만 그는 뱀이 배를 밀어내듯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네 맞아요. 그 '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성공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술을 배우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런 콘텐츠에는 '술'이 넘쳐나죠. 기술이나 술수요. 조금 더 자극적이고, 빠른 방법을 쉽게 취하니깐요. 그런데 더 중요한건 놓치게 되어요.
"더 중요한거요?"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꼭 성공을 해야 되는 지에 대해서 놓치게 되는거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라.."
신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유리. 명분 없는 성공.. 그거 저주입니다. 저주.. 과정을 외면하고 성과를 얻은 사람들이 과연 진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지켜본적 있으신가요?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일확천금의 로또가 진정 축복일까요?"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너무 맞기만 한 그의 말에 나는 침묵만을 만지작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사업은 명분입니다. '술'이 아니에요. '힘'만 키운다고 되는게 아니에요. 명분입니다. 콘텐츠도 결과만이 아니고, 재미만이 아니에요. 내가 지금껏 얼마나 공유수를 만들어냈는지, 콘텐츠는 얼마나 꾸준히 만들고 있는지, 제목은 어떻게 통일되어가고 있는지..이게 과정이고, 도력이고, 명분입니다. 핵심은 여기에 있어요."
그는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자유리. 콘텐츠의 성공은 결과의 성공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보기에 자유리의 성공이 당연해지고 응원해주는 것을 기다릴 줄 아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보다, 당신의 성공을 기다려준 사람이 더 많아지는 상황을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신은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 스마트폰을 뒤진다. 이내 누군가의 사진을 비춰분다.
검은 정장을 입은 긴머리의 사내가 눈에 보인다.
그는 바로 '양준일'님이었다.
"양준일님의 사례를 보세요. 그는 어릴적에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상처가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변화된 자신의 위치에서 꾸준히 자신의 예술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런 과정은 결코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이 아니에요. 쌓이고 쌓인 명분은 자연스레 힘을 끌어모으게 되고, 그렇게 이뤄 낸 성공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받게 됩니다. 그게 바로 양준일씨를 사람들이 그토록 응원하고 있는 명분의 힘입니다."
그의 눈에 빛이 난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의 어투에는 항상 남 모를 향기가 있다.
나는 잠시 그의 말에 편안하게 기대어 볼까 하는 속마음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신은 내게 항상 같은 말을 했다.
'꾸준하게, 힘을 빼고, 편안하게..'
그때는 분명 들리지 않았고,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내 콘텐츠에 명분을 쌓여주는 과정을 심어주고 있었다.
나는 마음 한켠에 어둠을 해치는 빛을 느낀다. 조금씩 일그러지는 햇살이 계속해서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가슴한켠에 그렇게 불안감을 내려놓자 간사한 그 마음은 이내 편안해진다.
집에 돌아왔다.
이내 노곤한 몸을 갈색 쇼파에 기댄채, 이내 티비를 본다.
보다만 콘텐츠를 계속 이어볼것이냐고 티비가 내게 묻는다.
리모콘을 만져 다음을 이어가는 버튼을 누른다.
위기에 빠져 숨은 상황, 사색이 된 주인공에게 함께 하는 호위무사가 묻는다.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남자 주인공은 그의 동료에게 말한다.
"방법이 분명 있다. 일단 명분을 쌓아야 하고, 그리고 힘을 모아야 한다."
순간 주인공의 눈빛에 찬란한 생명의 힘이 그를 둘러싸고 있음을 느낀다.
끝까지 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분명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나갈 것임을 알수 있었다.
힘이 아닌, 명분을, 소유가 아닌 관계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창의가 아닌 반복을 아는 그이기에 그는 마침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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