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리 일기
#같은 곳을 본다는게..
생텍쥐베리는 인간의 대지에서 말했습니다.
"사랑은 같은 곳을 보는 것입니다."
어느순간부터 이 말은 우리에게
종교처럼 상당히 권위적 진리로 다가옵니다.
"사랑한다면 같은 곳을 보는 게 당연해."
결혼을 앞둔 친구가 자신의 예비 배후자에게
더 노골적으로 묻습니다.
"우리말이야. 결혼한다면
정말 잘 살 수 있겠지?"
이 질문에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어요.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라는 것이 내포되지 않은.
그렇기에 대답이 정해진
맹목적인 질문.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질문은 하나의 본심을
품고 있습니다.
"당신 지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맞지?
저기 저거 맞는거지?"
불안하기에 외면하기 쉬었던,
그래서 쉽게만 이야기한 것들.
저는 요즘 같은 곳을 보는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같은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더욱이 같은 곳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같은 곳을 본다는 것이
그를 다 포용해주겠다는
의미와 전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괴물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그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요?
작년에 큰 공연장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무수하게도 많은 인파가
하나의 공연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수만명의 인파는 무대 위 그 사람,
단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자,
그토록 신나있던 대중은
막막한 어색함에
어쩔줄 몰라합니다.
음악이 켜지고, 조명이 밝히던
화려한 순간에는 결코 보이지 않던
주변이 보이기 때문이겠죠.
앞만 보는 게 제일 쉽습니다.
그런데 음악이 멈추자
그제서야 주변이 보입니다.
낯선이들과의 어색한 주변
우리는 함께 있었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본다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은 서로 마주볼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가 어디를 보든
그는 나를 바라봅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는
설사 내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하더라도
필히 나를 사랑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 삶도 그랬습니다.
같이 보고 있다고 믿던 이들이
어느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그때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달랐습니다.
진작부터 그곳에 사랑이 없었습니다.
다른 곳을 바라 볼 줄 아는 자유를 외면하던
철부지같은 아이의 마음만이 있을 뿐이었죠.
사랑한다면,
같은 곳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본다면,
그것이 진정 사랑이겠죠.
혹은 한 사람이 시선을 떼고 당신을 바라본다면,
그 또한도 사랑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