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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Oct 14. 2019

허기

  삼선교 사거리에서 걸어올라 나폴레옹제과점 건너편 횡단보도에 섰다. 저녁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다소 출출하여 입을 삐죽거리던 차에 뻥과자 트럭이 보였다. 가방에 현금을 좀 쟁여뒀던 것 같았다. 나는 호기롭게 가방을 뒤적이며 할아버지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진열해 두셨는데 대체로 하나에 삼천 원이었다. 가방에서 천 원 한 장과 만 원짜리 두 장을 건졌다. 즐거운 마음에 일단 강냉이 하나 챙기고, 머리에 좋다니 서리태 볶은 것도 집었다. 그 원기둥 모양에 엄청 달달한 쌀과자, 그것도 하나 골랐다. 사장님께 만 원 드리고 천 원을 거슬러 받았다. 과자들은 검은 봉다리에 담아주셨다. 돈이 좀 남기에 아까 흘깃 지나온 순대 생각이 났다. 손에 현금을 쥐니 평소 없던 용기가 났다.
  왔던 길 몇 걸음 내려가 분식 하는 포장마차로 갔다. 아주머니 사장님께 여쭈니 순대도 일 인분 삼천 원이었다. 순대 일 인분만 포장해주세요, 하고 많이 섞어주세요 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살피니 포장마차 안쪽 오른편으로 의자에 꿈벅대고 앉은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털이 삐쭉빼쭉하고 나이가 좀 되어 보였는데, 목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정체 모를 것을 턱받이마냥 끼우고 있었다. 사장님께 고양이가 있네요? 하니 우리 희망이, 하셨다. 본래 길고양이였는데 포장마차에 들락대며 잘 따르길래 기르게 되었다고. 새끼를 너무 자주 배서 고민하다 중성화수술을 시켰는데, 한동안 그 트라우마로 사장님 곁에 오지 않았다더라. 그래도 포장마차 주변은 벗어나지 않기에 먹이를 챙겨주며 기다렸고 지금은 다시 희망이랑 친하게 지내고 계신단다. 그럼 목에 저건 뭐에요? 여쭤보니, 수술하고 방황하던 시절에 어디서 먹이를 뒤지다 그랬는지 저렇게 목덜미에 이상한 걸 끼고 왔다더라. 그런데 빼려해도 잘 안되고 얘만 힘들어하길래 그냥 저대로 두셨단다. 묘생도 이름따라 가는건가, 고양이 표정이 어째 처음부터 원숙해보였다. 사장님께 만 원 드리고 칠천 원을 거슬러 받았다. 순대는 흰 봉지에 담아주셨다. 다시 횡단보도에 섰다. 손에 봉지 몇 개를 쥐니 마음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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