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
조금 새벽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골목을 내려 걷다
길 한가운데 멀찌감치
크고 허연 개 한 마리 엎드려 있었다
언제쯤 나를 알아챌까
개는 오른편 건물 위를
하염없이 올려 보았다
허나 가까이 다가가니
크고 허연 비닐 하나 구겨진 채 누워
바람 타고 내게 고개를 돌렸다
꿈결인가
아직 어둑어둑했고
가로등은 주황빛이었다
골목의 끝자락
이번엔
검은 고양이 걸어 나왔다
발끝만이 하얬다
눈이 마주쳤을까
몇 걸음 만에 고양이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자리 가까이 다가가니
검은 고양이 다시 곁가에 앉았고
내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꿈결인가
면도날에 베인 코 밑이 시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