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벨 연구소와 노벨상

물질, 숫자, 욕구

by 고원규

1. 에디슨과 트랜지스터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구 안쪽에 그을음이 생기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전구에 금속판을 삽입하였는데, 여기에 양의 전압을 가하면 필라멘트 사이의 진공 공간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진공 상태에서 전류가 흐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찾기 힘들었다. 또한, 금속판에 음의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정류작용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훗날 진공관을 거쳐 다이오드로 이어지는 전자소자의 기원이 되는 매우 중요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축음기, 마이크, 백열전구 등 발명과 이의 사업화 등으로 바쁜 에디슨은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는 훗날 리처드슨에 의해 열전자방출에 대한 연구로 이어져 리처드슨은 192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플레밍은 이를 바탕으로 진공관을 발명하여 오늘날의 다이오드 소자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다만, 진공관은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고 깨지기 쉬웠으며, 열이 많이 발생하여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전화회사 AT&T의 벨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쇼클리, 브래튼, 바딘은 게르마늄 반도체를 이용한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발명하여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반도체 시대의 시작이 되었다.


그림 1. 벨 연구소에서 개발한 최초의 트랜지스터


2. 빅뱅과 우주배경복사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우주가 정지 상태에 있다고 가정할 경우,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 인력이 존재하여 우주의 모든 물체들이 결국 서로 끌여당겨 불안정해지는 결과를 얻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상쇄하는 우주 상수가 있다고 가정하였고, 드 지터나 르메트르는 우주가 팽창하여 인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가정하였는데, 허블이 1929년 우주의 모든 천체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멀리 있는 천체일 수록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어 우주 팽창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어떤 물체가 빛 또는 소리 등의 파동을 발생할 때 이를 관찰하는 상대로부터 멀어지는 경우 파동의 주파수가 감소하는 도플러 효과를 우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 응급차가 가까이 올 때 음이 높은 것처럼 들리다 멀어지면 점차 음이 낮아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며, 이를 허블은 우주의 천체들로부터 오는 빛들의 파장을 측정하여 모든 천체들의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주파수가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1946년 가모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주가 폭발하는 처음의 순간에 매우 높았던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식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우주 전체에 남아 있을 것을 이론적으로 계산하여 천체 물리학자들은 이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이게 된다.


한편, 전화회사 AT&T의 벨 연구소는 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무선통신 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특히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과 같이 유선으로 전화를 연결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통신 사업을 하기 위해 안테나 연구를 하게 된다. 1931년 벨 연구소의 잰스키는 통신 잡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태양계 밖 궁수자리에서 오는 신호를 확인하여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1964년 펜지어스와 윌슨은 무선통신 잡음 연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잡음을 발견하여 이를 프린스턴 디키 교수에게 문의하였다. 디키 교수는 이것이 가모프가 예언한 우주 배경 복사의 증거라 생각하고 이를 증명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 공로로 펜지어스와 윌슨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02 안테나.jpg 그림 2. 벨 연구소 펜지어스와 윌슨의 전파망원경


Serendipity라는 단어는 우연한 발견을 가리키며, 펜지어스와 윌슨의 경우도 전혀 천체 물리학 연구와 상관없는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공로를 얻게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디슨이 정작 진공관과 전자 공학의 시작을 알리는 열전자방출 연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과 같이, 어떤 일을 하는데 충분한 노력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전혀 뜻밖의 결과나 방향에 대해서 열린 생각으로 다가가는 자세 역시 사소한 발견을 사소한 발견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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