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벨 연구소와 노벨상(2)

물질, 숫자, 욕구

by 고원규

1. 레이저와 특허


레이더(Radar)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줄임말로, 전자파를 쏘아 대상에 부딪혀 돌아오는 신호를 측정하여 대상의 방향, 거리, 속도 등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2차 세계대전 영국에서 최초로 사용하였으며, 레이시온 회사에서 이를 연구하던 스펜서라는 사람은 우연히 전자기파 방출 실험 중 주머니의 초콜렛이 녹은 것을 발견하여 전자레인지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찰스 타운스는 벨 연구소에서 레이더 연구를 하다 1948년 컬럼비아대학 교수로 임용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1951년 마이크로파를 증폭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1958년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를 출원하여 1960년 등록을 받았다. 타운스의 기술은 훗날 레이저로 불리는 현대 문명의 중요한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다만, 현대의 레이저에 중요한 원리인 빛을 증폭하기 위한 광학 공진구조는 컬럼비아대학에서 함께 일하던 고던 굴드가 1957년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이러한 아이디어를 연구노트에 기록하고 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라는 단어 역시 창시하였다. 그는 이를 특허로 제출하기 위해서 직접 장치를 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출원하였으나, 타운스의 선행특허로 특허권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을 깨닫고 오랜 시간동안 특허논쟁에 매달렸다.


결국, 굴드가 자신의 연구노트를 인근 과자 가게에서 설명하고 날짜에 대한 증명을 받아둔 것이 인정되어, 1977년 레이저 특허권을 인정받게 되었으며, 비록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특허 로열티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03 굴드 레이저.jpg 그림 1. 레이저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술한 굴드의 연구노트


2. 기술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의 지식재산권


지식재산권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나경험을 통해 창출된 지식, 정보, 기술 등 무형적인 창작물에 부여된 재산에 관한 권리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대표적인 무형자산이며, 일반적으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을 포함한다. 특허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계, 물건, 작업 과정을 창조하는 발명에 대해 이를 공개하고 일정 기간동안 이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며, 실용신안은 특허보다 수준이 낮은 발명에 주어지는 지식재산권이다. 디자인은 다양한 사물을 계획하고 제작하는 형식 및 계획이 구체화된 것을 가리키며, 디자인 보호법에 따르면 독립적으로 거래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동산인 물품에 구현되어 시각을 통해 파악되고 미감을 일으키는 물품의 미적 외관으로 정의된다고 규정되고 있다. 상표는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다른 실체와 구별하여 독창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고대에는 어떤 기술이 발명되어도 인쇄기술이 없어 널리 보급하는데 한계가 있고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보석, 현금 등)과는 다르게 기술은 일단 이해가 되면 법적인 제한이 없는 이상 누구나 베껴 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본인만의 기술을 남에게 가르쳐주지 않아 잊혀졌던 기술도 상당수 존재하며, 현대 기술의 발달로 이를 복원하거나 뛰어넘는 기술이 개발되긴 하였지만 이는 기술을 충분히 공유하고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덕분이라 하겠다.


이때문에 근대에 들어서 베니스 특허법(1474년)이나 영국 독점법(1623년)과 같이 개인의 지식재산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되기 시작하였으며,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본/노동 투입 증가만으로는 장기적인 혁신과 성장을 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점점 인정받게 되었다. (198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솔로 &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머)


다만, 자유경쟁시장 관점에서 지식재산권은 (무형)자원의 독점권에 기초를 두고 있어 시장균형가격에 비효율을 가져와 사중손실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백신과 같이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 문제가 있으나 백신 특허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몇몇 회사들이 자의적으로 백신의 수량을 조절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면, 전염성이 강한 질병을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손실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04 코로나백신.jpg 그림 2. 코로나19 백신: 공공의 이익과 사기업의 이익 사이 간 균형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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