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반찬
“엄마 밥 먹고 싶다.”
나에게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엄마가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은데
굳이 ‘엄마 밥’을?
결혼 전에 내가 매일 뭘 어떻게 먹고 지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교 준비를 하는 내 옆에서 밥에 김을 싸 한 숟가락씩
먹여주시던 엄마의 모습, 그리고 가장 맛있게 만들어
주시던 닭볶음탕을 제외하면 또렷한 기억이 없다.
엄마는 워킹맘이면서도
살림을 단 한 번도 허투루 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그 밥상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결혼 초, 친정에 갈 때면 엄마는 늘 반찬을 바리바리
싸주셨고, 나는 그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우리끼리 이색적인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즐거웠고, 엄마가 싫어하시던 배달 음식을 마음껏 시켜 먹는 게 더 좋았다.
신혼의 재미가 바로 이런 건데, 제때 다 먹지도 못할
반찬을 싸주시는 게 마음이 불편했고,
엄마의 정성이 느껴질수록 더욱 그랬다.
결혼하고 8년 차가 되니,
나도 많이 변했다.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고
요리를 만드는 게 즐겁던 시기는 진즉에 지나갔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밥을 해 먹는 일이
얼마나 큰 노동인지를 몸소 깨닫고 있다.
매번 색다른 음식을 해 먹는 것보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엄마의 평범한 반찬 몇 가지를
꺼내 차려 먹는 게 훨씬 건강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객관적으로 우리 엄마의 요리가 아주 맛있는 편은
아니다. 늘 비슷한 밑반찬, 매번 달라지는 간과 맛.
그래도 지금은 엄마의 반찬이 제일 좋다.
야무지지도 않은 손으로 혼자 부지런히 만드셨을
모습이 귀엽고, 바리바리 싸주실 때의 행복한 얼굴이
사랑스럽다.
이제는 각양각색의 빈 반찬통을 들고 가서
각종 식재료부터 반찬까지 양손 가득 들고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미안함보다 고마움이 더 커졌다.
엄마의 음식에는 알 수 없는 효능이 있다.
우리는 그저 그 음식을 감사히 받아먹고
건강하게 그 효과를 누리면 된다.
엄마의 마음은 이미 그걸로 충분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