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맛있게 먹을 라면

※ 조리 방법 아님

by 덕택

우리 남매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이좋은 오누이였다.

콩 한쪽도 기다렸다 나눠먹고,

기다리지 못할 땐 꼭 서로의 분량을 고이 남겨두던

그런 사이.


그러나 라면만은 예외였다.

주기 싫은 자와 뺏어 먹고 싶은 자.

나는 뺏어 먹고 싶어 하는 누나 쪽이었다.


"라면 끓일 건데 먹을 거야?"


여러 번 물어보고도 재차 확인하는 동생에게

난 절대 안 먹을 거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다 끓여놓으면 갑자기 젓가락을 들고 나타나

‘한입만'을 시전 하다니!

약이 오를만하다.


그때는 정말로, 진심으로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부종이 심한 편이라

라면을 먹고 자면 다음 날 얼굴이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됐다.


하지만…

라면 끓이는 소리를 듣고,

라면의 냄새를 맡는 순간,

악귀 모드가 발동하는 거다.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라면의 잘못이다.

아니면 그 시간에 끓인 이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지.


끓인 이가 열받아할수록 더 꿀맛이 되는 라면이라니…

참 요망한 음식이다.


요즘은 그때만큼 맛있는 라면을 먹을 기회가 없다.

늦은 시간에 라면을 끓여 먹는 일이 거의 없는 남자와

결혼했고, 이 남자는 내가 ‘한입만’을 외쳐도

아무렇지 않게 두 입, 세 입을 내어주는 사람이다.


굳이 뺏어 먹고 싶은 의욕이 생길 리 없다.

무엇보다 이제는 내 위가

한입만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추운 날에는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먹는다거나,

캠핑 분위기를 연출한다거나.


끓여놓은 라면에 젓가락만 가지고 가면 됐던 때에

비하면 꽤 번거로운 방식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색다른 재미와 맛이 있다.

라면은,

만만하게 대충 한 끼 때우기 좋은 음식이면서도

생각보다 까다로운 음식이다.


물, 스프, 면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지만,

누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끓이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저마다 고수하는

각자의 레시피가 있다.


나의 레시피에는 상황이라는 재료가 빠질 수 없다.


고작 라면 하나 먹겠다고 이럴 일인가 싶으면서도

이왕 먹는 거, 최대한 맛있게 먹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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