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 가지, 술 좋아하지 않는 남자

무알코올 홈 바

by 덕택

결혼 전,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는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이기를 바랐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술을 싫어하고 단 한 방울도 못 마시는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


나 역시 술을 즐기지 않는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몸 이곳저곳에서

맥박이 날뛴다.

무엇보다,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곧 마흔을 앞둔 초딩 입맛인 내게 술은 여전히 쓰다.

그래도 가끔은 ‘알쓰’라 아쉬운 점이 있다.

음식과 술의 페어링이 주는 매력을 모른다는 점.

부부 둘이서 술 한잔 기울이는 여유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 그렇다.


기념일엔 함께 축배를 들고 싶고,

힘들었던 날엔 술 한 잔에 그날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싶다.

추억을 되새기고, 마음을 다독이는 밤이 필요하다.


그런 날, 우리는 알코올 없는 술자리를 만든다.

프렌치 요리에는 와인 잔에 포도주스를,

회에는 소주잔에 사이다를,

일식에는 하이볼 잔에 레몬물을 담아 마시는 식이다.

음식과 술잔의 페어링이라고 해야 할까.​

그저 분위기만 내더라도 충분하다.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한다.

알쓰인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취하는 방법이다.

처음엔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라는

한 가지 기준만 바랐는데,

생각해 보니, 그 뒤엔 작은 조건 하나가 더 있었다.


‘단, 분위기는 즐길 줄 알아야 한다’라는

숨겨진 옵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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