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한 끼
종종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다.
사실은 꽤 자주, 그리고 순간순간.
내가 나태의 유혹에서 가장 벗어나기 힘든 순간은
퇴근 후 저녁과 주말 아침이다.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자극적인 음식이라도 당길 텐데
나태 지옥에 빠지면 무기력해짐과 동시에 밥이고 뭐고
그냥 푹- 쉬고만 싶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을 수만은 없다.
간단하게 뭐라도 먹어야
무기력에서 벗어날 힘도 생길 테니.
그럴 때면 찾게 되는 것이 과일 샐러드다.
나에게 샐러드는 급하게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먹는 메뉴라
자의로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축 처져있을 때는 다르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한 접시에 예쁘게 담긴
모습만으로도 조금의 생기가 돌아온다.
특별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니 드레싱도 양껏,
좋아하는 재료 뭐든 내 마음대로 다 때려 넣을 수 있다.
이유가 뭐든 샐러드로 한 끼를 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관리하는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은 덤이다.
어쩌면 나태 지옥은
내 몸을 다시 깨워주는 느긋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태함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불편하고 무겁다.
그럼에도 벗어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가벼운 한 끼를 챙겨 먹는 순간,
그 끼니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나태 지옥에서 빠져나올 조그만 힘이 생김을 믿는다.
딱, 과일 닦을 힘만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