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굴러가는 사회
꿈을 꾸라 가르치지 않는다. 꿈을 좇다 불행해진 사람들이 많았다.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던 동창은 로스쿨에 가지 못했고, 뮤지션을 꿈꿨던 친구는 몇 해 전 편의점 카운터에서 마주친 뒤로 소식을 모른다. 누군가 그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그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만큼 주위에서 가장 재능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꿈을 꾸라 가르치지 않는다.
꿈을 꾸라는 말만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는 둥 속 모르는 소리는 이제 정치인들조차 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을 보면 한때나마 꿈을 꿨었다는 사실이 철없게 느껴진다. 20대 후반만 되어도 주변엔 꿈 가진 사람이 없다. 꿈이 있다면 자기 아버지 만큼 사는 게 유일한 꿈일 것이다. 집과 차가 있고 가족이 불행해지지 않을 만큼 버는 것 말이다.
학생 때는 그래서 참 신비롭다. 그땐 뭐에 홀린 듯 꿈을 믿으니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돈 안 되고 힘든 길을 꿈꾼다. 문예창작과, 환경생태학과, 인류학과. 졸업하고 2, 3년만 지나도 현실에 접힐 꿈들이 유독 그 시기에만 고개를 빳빳이 치켜 든다. 그 애들의 결국은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 적당히 일하며 사는 삶일 텐데.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면 '왜 진작 현실적이 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돈이라도 많이 벌었을 텐데.'라 생각할 텐데.
그럼에도 학생들은 끊임없이 꿈을 꾼다. 꿈이 그들의 과업인 양 한 학년이 졸업하면 다음 학년이 그 자리를 채워 꿈을 꾼다. 유치원 때부터 꿈이 뭐냐 묻는, 꿈 없으면 별종 취급 받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그 나이에만 나오는 어떤 호르몬이 머리에 영향을 주는 걸까. 아이들은 자기 재능이나 집안 형편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허황된 꿈을 꾼다.
그래서 아직도 이 나라에 소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 42명이 있는가보다. 통계 자료에는 지원율이 200%에 달하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사이에서 지원율 23%의 소아과가 고고히 빛나고 있었다. 미친 사람들일까. 누구나 꿈꾸는 안락한 미래를 목전에 두고 그걸 스스로 마다했다.
우리는 꿈이 밥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꿈에 밥을 능가하는 흥미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생에 딱 6년 꾼 꿈만이 진정한 꿈도 아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적당히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꿈보다 현실이 주는 만족이 더 피부로 와닿는다. 철이 드는 것이다.
인간이 빨리 철드지 않아 감사하다. 철없는 꿈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떠받들고 있다. 강남 성형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 서울 사립 초등학교 교사 김애란 작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돈과 웰빙만 밝힐 거 같은 세상에서 꿈을 쫓은 그들의 철없음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안전하고 행복하다. 좋아하는 작가와 뮤지션이 일찍 철들지 않아 다행이다.
어린 김연아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까. 딸이 장차 올림픽 금메달을 따리란 걸 알았을까. 피겨 불모지에서 현실을 모르는 자식과 현실을 알고도 자식의 꿈을 못 꺾는 부모가 만났기에 우리나라는 최초의 피겨 금메달리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꿈을 믿는 아이와 아이를 믿는 부모가 있어 우리 사회가 굴러간다.
문예창작과를 가겠다는 아이를 어떻게 말리겠는가. 말리더라도 그 아이는 문예창작과에 갈 것이다. 미친 호르몬 같은 게 나오는 학생 때니까. 인생의 미로 속에서 어른들은 함정과 장애물을 보지만 아이들은 단 하나의 보물을 본다. 위인은 현실을 돌아보지 않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은 위인이 될 수 있다. 꿈을 꾸라 가르치지 않는다. 가르치지 않아도 꿈꾸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