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디오 PD다
정확히 2년이 걸렸다. 라디오 피디가 되기까지. 터놓고 말하면 나는 처음부터 PD를 꿈꿨지만 상대적으로 자리가 부족하다 생각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기자가 되기로 했다. 그러나 어영부영 최종면접까지 가더라도 앞에 있는 면접관은 알아봤으리라. 내가 기자가 되고 싶은지 아닌지를.
정말 마지막이라고 여긴 곳에서 불합격 문자를 받은 그날. “ 나는 정말 늦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흘러간 2년은 되돌릴 수 없다. 아는 선생님이 우연히 말한 공사 입사 공고를 듣고 나서. 공기업 입사를 준비했다. NCS 책을 샀고 공부를 했다. 낙오가 되었다는 무서움과 함께.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필기시험 2일 전에 시험 연기 문자를 받았다. 허탈했지만 공부 요약본을 한번 더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방송국 취준생들이 정보를 얻는 카페에 들어갔다. 라디오 피디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제목에서도 알았듯이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었다.
‘ 공기업 준비도 하고 있으니깐 이 정도 자소서 쓰는 건 괜찮다고 ’
얼마 뒤 공고를 이야기해주신 선생님과 진로이야기를 나누었다. 라디오 피디 입사지원서를 썼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말했고, 반응은 예상과 정말 달랐다. “ 그래서 너는 공기업에 가고 싶니? 방송국에 가고 싶니? ” 나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나는 무서웠던 거다. PD가 되려고 했는데, 거기에 올인했는데 안되면 내가 감당이 안 될까 봐. 내가 이 정도였구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두려웠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두 발을 담그지도, 빼지도 못했다. 그때, 나는 나를 제대로 마주 보았다.
며칠 후, 나는 카페에 올라오는 방송국 PD라는 직군 공고마다 지원서를 냈다. 자소서, 면접 등 모든 전형을 최선을 다했다. 다시 하라면 하겠지만 굳이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면접에서 할 자기소개는 자면서도 외웠고, 정말 누군가가 툭 치면 나올 정도로 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라디오 피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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