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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Jan 17. 2022

나는 라디오 PD다.

빛 좋은 개살구


“ 어머, 라디오 피디세요? ”           


 취업준비생에서 라디오 피디가 되자 일단 주변 분위기가 달랐다. 직업을 말했을 때,  타인이 보내는 긍정의 시선과 말이 싫지 않았다. 신분상승한 듯했다. 조선시대에 중인이 족보 사고 양반이 되어 도포자락 휘날리는 기분이, 이런 걸까?  어쨌든, 매우 좋았다.  이상한 우월감도  있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보고 취업 준비를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 퇴사를 하고 나서도, 직함이 없어져도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  이 질문을 던지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알았다.  라디오 피디라는 수식어가 없어지면 나는 당당하지 못하리라.     




 그러던 중 본가에 갔고 동생에게 나의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뜻밖에 말이 돌아왔다.  “ 알면 됐다.”  나는 동생을 쳐다봤다.  “ 언니 모르지? 입사하고 초반에 집에 왔을 때,  엄청 어깨 올라간 거. 그때는 오죽 고생을 했으니 저럴 만도 하지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가는 것을 보고 말을 해야겠다 했지. 근데, 지금 알았으니 뭐, 됐지. “   나는 나만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우월감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타인은 모르리라.  아니었다. 몇 달에 한번 보는 동생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수 있겠구나. 부끄러웠다.     



  직함을 내려놓아도 꿀리지 않을 무언가를 만들어야 생각했다. 그건 결국 능력.  부캐 라디오 피디 능력과 함께 본캐인 나 자신의 실력도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먼저 생각난 것은 원하는 토익 점수 만들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 학원을 다니는데, 정말 힘들다. 새벽에 자고 일어나지만 점점 적응되어간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토익점수가 잘 나올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내가 들인 시간은 나에게 남아있고 어떠한 모습이든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쓰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쌓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내 이름 석자만 내놓아도 온전히 두 발로 서있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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