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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Jan 24. 2022

나는 라디오PD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듣는 스타일도 한곡 반복 재생이다. 새로운 음악이 아닌 원래 좋아하던 노래로만. 그러나 라디오 피디가 되니, 변화가 필요했다. 라디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닌 청취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담아야 하는 공간이기에.  신곡은 필수로 듣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에 보던 TV 음악프로그램도 수첩과 펜을 두고 필기하며 보고 있었다. ' 이럴 때는 이곡을 틀어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CF, 짧은 영상에 나오는 음악도 찾으려 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들리는 음악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지냈다. 이렇게 사니 장점과 단점이 아주 명확하게 나뉘었다. 장점은 명곡의 발견, 단점은 싫증이다.  명곡의 발견과 함께 시야가 넓어진 것도 장점이다. 예전에는 내가 듣는 곡이 제일 좋다는 편협한 시각으로 살았는데,  누군가는 지금 이 날씨에, 이 분위기에 이 시간에 이 곡이 듣고 싶을 수 있겠다는 식견이 넓어졌다. 그에 상응하여 나는 점점 음악이 싫어졌다. 음이 조금만 괜찮으면 휴대폰을 들이밀거나 수첩에 적으려고 하니 정말 무슨 소리를 못 들었다.      




  그동안 잠시 잊었던 한 가지. 나는 사람이다. 싫증 내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구분하는 것.  근무 시간에 필요한 음악, 신곡 듣고 프로그램 보고 하려고 했다. 여기서 놓친 것은 근무시간에는 업무가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짬이 난다 해도 녹초가 된 귀와 뇌를 쉬게 해야 한다는 생각지 못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음악은  언제 어디든 들릴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그리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무 자르듯 구분 짓는 것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이제 막 피디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써 마라톤을 뛰려 한다. 적절한 때, 즉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에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탈이 나면 아프고 결국 회복해야 하는 것도 나다.  굳이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예방을 해야 한다.  추운 날에 목도리, 장갑 끼고 두꺼운 옷 입고 다니듯. 몸살 기운이 있으면 미리 약을 먹고 푹 자는 것처럼. 요즘은 음악이 듣기가 싫어지면 “ 아 지금 나는 안 듣고 싶다”라고 인정하고  안 듣는다. 듣고 싶어질 때, 다시 음악을 고른다. 나는 직업과 음악을 사랑한다. 좋아할수록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좋아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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