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 박지우
그래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시를 한 번 들어보자. 다들 마블의 영화 <아이언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그는 마우스나 터치스크린 없이 맨손으로 3D 홀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이 투명 디스플레이는 바로 그래핀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핀은 탄소 동소체 중 하나이다. 여기서 탄소 동소체란 한 종류의 원자, 즉 탄소라는 원자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으나 그 성질이 여러 가지인 물질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나 서로 성질이 다르므로 탄소 동소체이다.
그중에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2차원 평면구조를 이루는 고분자 탄소 공동체이다. 2004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팀이 상온에서 완벽한 2차원 구조의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스카치테이프였다. 스카치테이프의 접착력을 이용하여 흑연에서 간단하게 그래핀을 떼어냈다고 한다. 흑연은 탄소를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인데 그래핀은 흑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다.
그래핀은 흑연에서부터 분리되었기 때문에 흑연을 뜻하는 ‘Graphite’와 탄소 화합물을 뜻하는 접미사 ‘ene’가 합쳐져 ‘Graphene’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핀은 두께가 0.2nm으로 1nm가 1m의 10억 분의 1배이니, 1m의 200억 분의 1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높다. 그래핀 하나는 2차원 구조이지만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그래핀은 수많은 그래핀이 차곡차곡 쌓인 형태의 3차원 구조이다.
그렇다면 그래핀은 왜 ‘꿈의 나노물질’이라고 불릴까? 그 이유는 그래핀의 특성에 있다.
첫 번째,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다.
두 번째, 열전도성이 매우 높은 다이아몬드보다도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다.
세 번째, 탄성이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실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첫째, 그래핀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핀을 생산하는 방법에는 기계적 박리법, 화학적 박리법, 화학 증기 증착법, 에피택시 합성법, 유기 합성법이 있다. 기계적 박리법은 약한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흑연 결정에서 기계적인 힘으로 떼어내는 것이다. 기계적 박리법은 간단하지만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응용하기가 어렵고, 화학적 박리법은 흑연 결정으로부터 박리된 그래핀 조각들을 화학적 방법을 통해 용액에 분산시키는 것인데, 그래핀의 성질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그 외의 다른 방법들도 안전하고 쉬우면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적은 양밖에 만들어지지 않거나, 성질이 변형되기도 하고, 비효율적이며, 가격이 매우 비싸진다. 따라서 아직 완벽하게 생산에 적합한 그래핀의 생산방법이 없다.
둘째, 그래핀에 흐르는 전기를 조절할 수 없다. 반도체는 원할 때 전기를 흐르게 하고, 원하지 않을 때는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만, 그래핀은 조절이 되지 않는다. 전자가 결합을 끊고, 흐르는데 필요한 에너지인 밴드갭이 반도체는 가지고 있지만, 그래핀은 없어서 그래핀을 사용한다면 항상 전류가 흐르게 되어 감전의 위험이 있다.
셋째, 다른 물질과 결합하기가 어렵다. 그래핀이 강철보다 단단하고 탄성이 높은 이유는 결함이 없기 때문인데, 이 점은 그래핀을 단일로 쓰기에는 좋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그래핀을 사용하려면 그래핀을 단일로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그래핀은 결함이 없어서 다른 물질들과 강하게 결합되지 않기 때문에 실용화가 어렵다.
넷째, 그래핀이 강철보다 200배 강하려면 순수한 그래핀이어야 한다. 하지만 제조 공정에서 불순물이 첨가되거나 한다면 불순물이 첨가된 곳을 기준으로 쉽게 찢어진다. 이때, 얇다는 것이 단점이 되는데, 매우 얇기 때문에 한 번 결함이 생긴다면 그 부분을 따라 쉽게 찢어진다. 그리고 그래핀의 크기가 커질수록 불순물이 첨가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그래핀은 매우 쉽게 찢어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매우 비싸다. 그래핀이 처음 나올 때의 가격은 0.1g에 10만 불이었다. 지금은 10g에 1500불 정도로 비교적 저렴해지기는 했지만 이것도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이다.
정말 '꿈'이라고 불릴 만 하기도 한 것 같다.
첫째로 의학 분야가 있다.
지금까지 그래핀은 얇고 전기가 잘 통하는 특성 때문에 주로 디스플레이 개발 분야에 활용되어왔지만 지난 2021년 10월,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 캠퍼스 전기컴퓨터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인 박동욱 씨가 주도한 연구에서 최초로 그래핀을 이용하여 뇌 삽입형 두뇌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센서는 그래핀의 광학적, 전기적 특성을 이용하여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공과대 라시다 바시르 박사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구부러진 그래핀이 전기적 고열점을 만들어내 평평할 때보다 10만 배 이상 DNA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이 구겨진 그래핀을 잘 활용한다면 암 발생 등 생체 변화를 보다 세밀하게 탐지할 수 있어 질병 판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시르 박사는 “그래핀은 사용하기 쉬운 물질이기 때문에 바이오 센싱 응용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전자 분야가 있다. 가장 처음에 나왔던 투명 디스플레이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그래핀의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핀 스퀘어의 창업자인 홍병희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수분과 산소에 약하지만 그래핀을 사용하면 수분과 산소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보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아보았듯이 그래핀에는 여러 가지 확실한 장점들과 현실적인 단점들이 있다. 그래핀이 발견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러 한계점들로 인해 아직 실용화가 되지 못하였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확실하게 대답하긴 어렵긴 하지만 얼마 전의 바이오 분야에서의 센서 개발 소식이 들려왔듯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연구가 있다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투명 디스플레이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대가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와 함께 이 글을 마친다.
<참고>
- 최상국, “[지금은 과학] 역사상 가장 완벽한 그래핀이 탄생했다”, 아이뉴스24, 2021. 08. 26.
- 김시균, “꿈의 나노물질 ‘그래핀’ 활용... 암 등 질병 진단 가능해진다”, 매일경제, 2020. 04. 05.
- 권성준, “그래핀 관련주? 제대로 알고 투자하자 ‘그래핀’ 전망과 한계점 1편”, 문화뉴스, 2020. 10. 29.
- 권성준, “그래핀 관련주? 제대로 알고 투자하자 ‘그래핀’ 전망과 한계점 2편”, 문화뉴스, 2020. 11. 04.
- Dong-Wook Park 외 12명, <Graphene-based carbon-layered electrode array technology for neural imaging and optogenetic applications>, Nature Communications 5권 1호
- 김수영, <그래핀 제작법>, 중앙대학교, 화학 신소재 공학부
- 안동진, “그래핀으로 이불을 만든다고?”, 한국섬유신문, 2021. 0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