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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r 03. 2021

남해 지족마을에 가면 책방, 빵집, 소품샵에가야합니다

남해여행 Day3

오늘은 숙소에서 5km 정도 떨어진 지족마을에 갈 계획이다. 그곳엔 맛있는 빵집과 책방,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있다고 한다. 12시부터 5시까지 총 5시간이 주어졌으니 N분의 1로 시간을 쪼개 각각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낼 참이다. 

이날은 조식을 거른 터라 일단은 배부터 채우고 시작해야지. 이곳엔 무려 멸치쌈밥 거리가 있어 온통 멸치쌈밥을 판다. 현지 주민의 추천을 받은 식당으로 가서 게장정식을 골랐다. 찬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비우고 나왔다. 이제 좀 걸을 힘이 난다. 

게장을 먹은 데다 모닝커피도 걸러 커피가 무척 간절했지만 첫 번째 목적지는 책방으로 골랐다. 소품 하나, 책을 소개하는 작은 글귀 하나하나에 책방 주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책방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책방이 그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 사진만 오조오억장 찍고 나오는 진상고객은 되기 싫어서 책이든 그곳에서 파는 음료든 굿즈든 뭐라도 하나 사서 나오려는 편인데 여기선 주인장이 직접 쓴 책을 골랐다. 책방을 열고 운영하면서 쓴 책방운영기다. 저자에게 사인도 청했다.  

이름의 한글자씩을 따 샘성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읽을거리도 챙겼겠다, 서둘러 카페로 향했다. 카페 이름이 좀 독특했는데 부부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고 한다. 커피도 좋지만 빵이 훌륭한 곳이라고 했다. 커피는 신선했고, 스콘은 겉바속촉의 정석이였다. 카페에서 바라볼 수 있는 뷰도 더할 나위 없다. 방금 산 따끈따끈한 책을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남해까지 와서 책방을 차렸는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그래서 먹고 살만은 한지 등 묻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자리에서 아껴둔 스콘의 마지막 한 조각을 털어 넣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언젠가(!) 서울을 떠나 지방에 내려와 책방 비슷한(?) 거라도 차리고 싶은 소망은 일단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책방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지족마을에서의 마지막 목적지는 소품샵이다. 초록초록한 곳이다. 사장님이 무척이나 친절했는데 목소리가 왠지 낯이 익는다. 누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려 강동원이다! 내 마음대로 강동원 목소리를 가진 사장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공간은 아늑했고 온갖 귀엽고 앙증맞은 것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예쁜 쓰레기라고 한다지만 귀여운 거에 좀 진심인 편이다. 고르고 골라 그나마 실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아이템을 택했다.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인 요가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줄 만한 요가수련 동작이 수 놓인 요가 수건이다. 어휴 귀여워. 앞으로 이 수건의 기운을 받아 요가에 좀 더 박차를 가하리라!

지족마을에서 5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다. 간단하게(?) 맥주 안주 겸으로 먹을 생각에 소시지를 골랐는데 4덩이의 소시지가 나왔다. 전혀 간단하지가 않네. 2개를 먹고 2개는 싸왔다. 궁금했던 광부맥주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이제 막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브리저튼>을 보면서 먹을 작정이다.    

광부의 노래는 스타우트다. 굉장히 밀키하면서도 고소하고 진하고 또 뭐랄까, 무척 맛있었다. 남해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오전 8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미리 예매를 못했더니 너무 이른 시간 버스만 남아 있다. 터미널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일찍 잠들고 버스시간에 늦지 않게 일어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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