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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r 08. 2021

[210304] 전복 플렉스(flex)!

따뜻한 라떼 한 잔과 귤 3개로 시작했다. 


회사 앞에 자주 가는 카페가 3곳 정도 있다. 사실 회사 근처에 카페가 많아도 너어무 많은데, 회사가 1월 중순경 상암으로 이전한 후 커피 유목민의 삶을 살다 추리고 추려 3곳 정도로 정착했다. 회사 할인이 가능한 곳, 가격이 합리적인 곳,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는 곳 등을 기준으로 했다. 추린 곳 중에서 라떼가 먹고 싶을 때 가는 곳, 아메리카노가 당길 때 가는 곳, 라떼와 빵이 먹고 싶을 때 가는 곳, 아메리카노와 방울토마토(또는 바나나)가 먹고 싶을 때 가는 곳 등으로 구분 지었다. 이 중 아침에 주로 들르는 곳은 출근시간인 만큼 커피 만드는 속도가 빠르고 베이글, 스콘, 과일 등 간단한 아침메뉴가 있는 곳이다. 


오늘은 따뜻한 라떼 당첨. 이곳은 컵 홀더에 아기자기한 그림과 짧은 메시지를 써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최소한 미소 한 번 머금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가끔씩 미니머핀 등 간단한 아침메뉴를 껴주기도 해서 혹시 오늘은 어떤 그림과 메시지일지, 혹시나 공짜 머핀과 같은 작은 행운을 누릴 수 있을지 얼마간 설레기도 하다.  


점심은 모짜렐라토마토파니니와 키위주스다. 키위에 눈이 가 음료 고민은 일찌감치 끝내고 메인 메뉴를 고르는데 심사숙고의 시간을 거쳤다. 샐러드를 먹을까 파니니를 먹을까를 고민하다 파니니를 먹기로 했고, 버섯파니니를 먹을까 토마토파니니를 먹을까를 주문 직전까지 고민하다 모짜렐라토마토파니니로 정했는데 먹으면서 키위주스를 먹을 거면 버섯파니니를 먹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이게 뭐라고. 그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집 앞으로 전복이 안전하게 배달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은 무려 손바닥만 한 흑산도산 전복을 원없이 먹는 날이다. 이름하야 '전복 플렉스 데이'. 2마리는 회로 먹고, 2마리는 구이먹고 남은 내장은 전복죽으로 끓여 먹을 계획이다. 


전복을 손질해본 적이 없어서 퇴근길에 전복 손질법을 꼼꼼하게 검색했다. 블로그 3개 정도를 둘러보니 칫솔을 이용해 빡빡 문질러 준 뒤, 숟가락을 이용해 몸통과 내장을 분리하고, 전복 이빨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전복에도 이빨이 있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긴 한데, 이 부분에서 살짝 고민이 시작됐다. 전복 이빨을 잘 분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빨을 분리하지  않고 먹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말이다. 30분쯤 전복과 실랑이를 했다. 전복 이빨은 생각보단 수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전복회를 소금참기름 장에 찍어 올해 초 안동 여행 때 사온 16도짜리 안동소주와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 전복 2마리를 구우며 전복죽을 함께 준비했다. 전복회-전복구이-전복죽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전복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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