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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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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r 18. 2021

[210312] 로얄의 바른 표기는 로열이지만

어제저녁이 만두 덕분에 너무 즐거웠던 탓에 해장이 시급했다. 분초를 다투며 화장실을 찾는 정도는 아니고, 해장 음료나 약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도 아니고 그저 칼칼한 국물이 생각나는 정도. 사내에서 이런 내 심정을 알아줄만한 이에게 SOS를 쳤고 순댓국을 먹을 테냐, 짬뽕을 먹겠냐고 묻기에 순댓국을 택했다. 웬걸, 순댓국집에 대기가 너무 길어 짬뽕집으로 향했다. 다들 해장이 필요했던 걸까. 그러고 잠시 생각해보니 나는 원래부터 짬뽕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짬뽕이 아니라 '로얄짬뽕'이다. 로얄의 바른 외국어 표기법은 로열이지만 로얄짬뽕인 덕분에 더 맛있어 보이는 건 느낌적인 느낌일까. 로얄짬뽕은 로얄(royal)이란 단어처럼 화려하거나 고급진 느낌은 아닌데 뭔가 걸쭉한 게 매우 진한 것이 국물을 다 먹으면 오후 시간 내내 갈증에 시달릴 것만 같은 비주얼이다. 해장은 해결했고 다행히 국물은 절반쯤만 먹었다. 

고기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은 달래가 주인공인 오늘의 저녁밥상이다. '봄이니까 달래를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지난 주말 달래 한 묶음을 2000원에 샀다. 일단 절반은 주말 동안 된장찌개에 넣어 달래된장국을 끓여 먹었고, 나머지 절반을 어찌해야 하나 노심초사했다. 마땅한 용처가 떠오르지 않을 땐 초록창 또는 너튜브에게 묻는 게 상책. 순식간의 스크롤 끝에 내 눈에 들어온 건 달래무침. 마침 한우도 있겠다, 잘 굽고 잘 무치면 근사한 한 상이 될 것 같았다. 고춧가루, 식초, 간장, 마늘 등을 적당히(!) 넣고 무치니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달래무침(feat.한우구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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