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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n 23. 2021

야간에도 골프를?

골프는 새벽이나 낮에만 치는 건 줄 알았다. 생각해보면 해가 늦게 지고 일찍 뜨는 여름 즈음엔 날씨도 선선하겠다, 해도 늦게 지겠다 저녁이라고 못 칠게 없는 것이다. 사실 해가 쨍쨍하게 뜬 여름의 한낮은 너무 뜨거워 골프는커녕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 때가 많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대가 오히려 더 별미라면 별미다. 


절대다수의 골프장은 아니지만 많은 골프장들이 야간에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한다. 놀이공원 야간개장 같은 거랄까. 3부라고 표현하는데 오후 5시 이후 시간대에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늦을 땐 자정에 가까워져서 경기가 끝난다. 프로야구 경기할 때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반짝이는 라이트를 키는 것처럼 야간골프를 칠 때도 라이트에 의지해 플레이를 한다. 이 공이라는 게 낮에도 찾기가 힘들 때가 많은데(드넓은 페어웨이를 두고 꼭 숲 속 어딘가에 공이 짱 박히기 일쑤) 밤이니 오죽할까. 야간에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도 갑자기 하늘에서 공이 뿅 하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눈으로 공을 좇느라 바쁘다.


오랜 골퍼들은 '굳이' 야간에 골프를 쳐야 하는지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하지만 짧은 경력의 골린이 입장에서 본 야간 라운딩의 매력은 가성비와 날씨다. 대체로 3부 야간 라운딩은 1,2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그마저도 요즘은 많이 비싸졌지만...). 덥고 습한 여름 날씨도 해가 넘어가면 대체로 시원하고 쾌청하다. 무엇보다 해가 넘어갈 즈음 볼 수 있는 붉기도 하고 보랏빛 같기도 한 하늘이 받쳐주는 날은 아주 그냥 끝내준다.  


세 번째 야간 라운딩에 나섰다. 목적지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오렌지듄스CC다. 1시간 정도면 골프장에 당도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다. 나쁘지 않다. 다만 가는 길은 뭔가 오묘(?)하다. '여기가 맞나' 싶은 1차선의 공장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 여기네' 한다. 이미 다녀온 지인이 '공장뷰'가 인상적인 곳이라고 하더니 가히 그 말이 맞았다. 공장에서 쏘는 라이트 불빛 또한 어우러져 한층 더 몽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편평한 평지 위주의 코스로 어느 정도 실력 발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평지여서 그런지 앞 홀 뒤 홀 옆 홀의 공이 유난히도 많이 넘나 든다. 실제로 옆 홀에서 넘어온 골프공이 동반자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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